지난해 기준 국내 수입차 누적 등록 대수는 111만3,333대.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의 5.5% 수준이지만 불과 4년 전인 지난 2010년의 51만8,322대 대비 113%가 늘었다. 지난 한 해만 무려 22만대가 증가했다. 이제 서울 등 도심을 질주하는 고급 수입차를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수입차 업체들의 파격적인 할인행사 등으로 국내 브랜드와 저울질하던 30~40대 젊은 층도 대거 구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차라는 고급 이미지에 맞지 않게 부품 공급과 수리 등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서비스는 여전히 낙후돼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부품의 경우 순정품과 대체부품이 품질과 성능에서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제조사가 독점 공급하는 제품만을 사용해야 하는 탓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해야 하는 연간 수리비만 연간 1조원에 육박하는 현실이다. 정부가 부품가격 비교 공개에 이어 독점공급의 철밥통을 깨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급증하는 수입차 수리비, 연간 1조원에 육박=보험개발원이 '자동차수리비 지급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차량 수리비로 지급된 보험금은 5조1,189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수입차 수리비는 전년 대비 23.5% 증가한 9,673억원에 달했다. 4년 전인 2010년의 5,503억원 대비 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차가 배로 늘면서 수리비도 덩달아 급증한 것이다. 수입차 수리비를 끌어올리는 원인은 역시 값비싼 부품비. 국산차의 수리비 가운데 부품가격 비중이 42.6%를 차지한 반면 수입차는 59.8%에 달한다. 외제차량의 평균 수리비는 국산보다 3배 높다는 공식 통계도 있다. 수입차와 접촉사고라도 난다면 웬만한 소형 승용차 한 대 값의 비용이 든다. 외제차에 길을 잘 비켜주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수입회사들이 부품가격 폭리를 취한다는 논란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폭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수입차 5개 차종 주요 부품 30개 가운데 17개 부품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 평균가격보다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제 수입차인 렉서스 300h의 휀다 가격은 해외 평균가격보다 1.9배 비쌌고 독일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의 각각 2.3배, 1.6배에 달했다. 동급인 2,000cc 세단의 국산 및 수입 자동차를 비교한 결과 국산차 대비 수입차 부품가격은 적게는 4.6배에서 많게는 7배에 육박했다. 이는 자동차 가격의 격차(2.9배)를 크게 웃는 것이다. 수입차를 모는 박모(43)씨는 "연비가 좋고 가격도 1,000만원 정도 할인해주는 등 조건이 좋아 수입차를 구입했다"며 "하지만 3년간의 무상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이 끝나면 비싼 부품과 수리비를 지급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독점공급 구조, 제품정보 비대칭이 문제=수입차 업체들이 부품 독점공급을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은 이처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좁아 업체들이 부르는 대로 값을 지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대부분의 수입차 업체들은 직영 AS센터에서만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품 역시 해외본사를 통해 들여온 부품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가격이 턱없이 비싸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 자동차 판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와 수리를 맡고 있는 딜러들이 부품유통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소비자들은 비싼 부품값을 그대로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부품가격이 비싼 이유로 해외에서 제조한 부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해외 본사와 국내 딜러가 모두 이익을 챙기려다 보니 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대로 병행수입이 활성화되면 수입 자동차 부품의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실장은 "수리의 질, 부품에 대한 정보를 수입차 업체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등 업체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당한 가격을 요구 받아도 정보가 부족하고 비교할 대상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정부의 병행수입 활성화를 통한 수입차 부품보완대책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는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지는데 병행수입 물품은 본사의 보증을 거치지 않은 제품"이라며 "병행수입 부품을 사용하고 고장이 발생할 경우 결국 소비자의 화살은 완성차 판매업체인 우리에게 겨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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