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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의 정당한 투쟁(사설)
입력1997-05-08 00:00:00
수정
1997.05.08 00:00:00
지난 몇년새 정치인들을 상대로 여러차례에 걸쳐 1만원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던 보통 시민 김규봉씨가 이번엔 한보사태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과 현철씨, 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 국회의장, 여야정당대표, 국회의원 등 29명을 상대로 모두 3천1백48만8천2백94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제기한 것이다.김씨는 소장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정당의 책임자, 정치가, 기업인들이 국정을 문란케 하고 사회기강을 무너뜨렸다』고 소의 대상자들을 규탄했다. 그는 또 『뇌물을 받았으면서도 거짓말을 하고 국민에게 한마디 사과도 않는 오만불손한 정치술수로 인해 국민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지적하고 『저급한 불량정치인들에게 국민명예권의 지고한 가치를 인식시키기 위해 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김씨가 청구한 액수는 유권자 1인당 1원꼴로 계산 한 것으로 물론 상징적이다.
그는 이번 소송 말고도 지금까지 유사한 소송을 12번이나 내 현재 재판에 계류중인 몇건을 제외하곤 모두 패소했다. 알려진 것만도 DJ정계은퇴번복과 서석재 의원 4천억원 비자금 유포설(1만원), 노태우 광주민주화운동 격하발언(1만원), 탤런트 신은경의 구속적부심을 받아들인 정덕흥판사(5천원) 등이 있다.
김씨의 이같은 행위는 얼핏 보면 돌출성에 영웅심리가 작용한 것처럼 이해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가 소장에서 설명한 것처럼 정치인들의 거짓말과 뇌물수수, 직무유기를 국민의 이름으로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진정한 시민의식의 소유자라 할 수 있겠다.
사실 국회 한보사태 청문회가 불법대출 외압의 실체조차 접근하지 못한채 지난 1일 막을 내리자 대다수 국민들은 분노했다. 그러면서도 김씨처럼 의롭게 나선 사람은 없었다. 이번 소송도 어쩌면 재판결과가 뻔해 보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시간과 돈의 낭비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씨의 소송은 부정 부패에 분노하고 저항하며 광정하려는 대다수 국민의 의지를 대신한 것으로 평가 된다.
김씨의 행위는 또 시민운동의 당위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국민에게 부담이 늘어 났을 때, 국책사업이 그 결과가 나쁘게 나타났을 때 당사자가 최선을 다했는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이름으로 대표소송을 하는 방법도 있으며 경실련과 같은 시민단체를 통하는 방법도 있다. 국민적인 감시기능의 활성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권리는 자기가 찾아야 한다. 귀찮다고 포기 해서는 안된다. 김씨의 소송제기는 국민의 명예를 되찾자는 것이다. 그의 외롭고 정당한 투쟁을 관심있게 지켜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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