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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남골프 세계정상 보인다] (1) 우리도 멀지 않았다
입력1999-08-23 00:00:00
수정
1999.08.23 00:00:00
김진영 기자
고교생 국가대표 김성윤(17·안양 신성고)이 제99회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한국인 최초로 결승까지 오른 김성윤은 23일 새벽(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의 페블비치골프장에서 벌어진 대회 결승에서 데이비드 고셋(20·텍사스대)에게 8홀을 남기고 9점을 뒤져 준우승에 머물렀다.김성윤은 이로써 한국선수로는 2번째로 「꿈의 대회」로 불리는 마스터스에출전할 수 있는 영광을 안았으며, 여자선수들에 비해 열세를 보였던 국내 남자골프도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기대를 남겼다.
김성윤이 이 대회에서 준우승하는데 그쳤지만 그가 거둔 성적은 한국골프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세계 최고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에서 당당히 결승까지 올라 세계정상 정복이 더이상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고, 한국에서만 골프를 익혀도 미국무대에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자신감을 안긴 것이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미국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여자프로골퍼에 비해 열세를 보였던 남자골프계는 김성윤의 이번 활약상은 「남자골프도 세계정상정복이 결코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였다.
이번 성과는 김성윤 본인의 기량이 뛰어났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재능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해 체계적으로 육성해 온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성윤은 그의 가능성을 눈여겨 본 김승학 프로(한국프로골프협회 수석부회장)에게 발탁돼 97년부터 용품 및 전담코치 등 체계적인 지원을 받아 왔다.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 출전도 「김승학골프매니지먼트(KGM)」가 면밀한 계산 아래 짜놓은 미국 진출계획의 첫 단계였다.
KGM의 궁극적인 목표는 김성윤을 한국인 첫 「메이저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다. 김승학프로는 『성윤이는 판단력이 뛰어나고 한번 라운드하면 그 코스를 모조리 암기해 분석할 정도로 코스 적응력이 뛰어나다』며 『아직 성윤이같은 재목을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있는 선수들은 많다』고 말했다.
96년부터 김성윤을 전담 지도해 온 김영일프로는 『성윤이의 이번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며 『한국 주니어 선수들은 대체로 샷이 좋기 때문에 체력과 코스 적응력을 보강하면 얼마든지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성윤의 이번 준우승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좀 더 세심한 신경을 썼더라면 우승도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는게 주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김성윤의 개인적인 기량보다는 외부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김성윤은 결승전 전날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체력관리에 실패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전반 9홀동안 단 한차례도 파 온을 시키지 못해 8번홀까지 무려 5홀차로 뒤졌던 것도 수면부족에서 온 체력 및 판단력 저하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승학프로는 『관리부족임을 통감한다. 인터뷰를 거절하고 선수의 컨디션 관리를 했어야만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문캐디가 없었던 것도 패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당초 8강 진출정도만 기대했던 KGM측은 의사소통을 고려, 교민이자 세미프로인 백낙경씨에게 캐디를 부탁했다. 김성윤은 주로 스스로의 판단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준결승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결승전은 상황이 달랐다.상대인 고셋의 캐디는 PGA 톰랭커인 톰 레먼의 백을 멨던 앤디 마르티네즈였다. 마르티네즈는 클럽선택에서 그린 라인읽기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각종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김승학 프로는 『결승전은 다른 경기와 경우가 많이 다르다. 좀 더 여러가지 면을 고려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보다 철처하게 선수를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진영기자EAGLE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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