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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구조조정 빅뱅 이젠 부품업체다] (하)
입력1999-02-09 00:00:00
수정
1999.02.09 00:00:00
자동차 부품산업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주변 여건도 충분히 성숙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완성차 2사체제가 완성단계에 있다. 나라밖에서 들려오는 세계적인 자동차업체간 인수·합병(M&A) 소식도 이 시기를 어물쩍 넘길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함께 나서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 김우중, 현대 정몽구 회장 등 완성차 대표들은 물론 부품업계 관계자들도 이같은 「발맞추기」의 필요성을 함께 인식하고 있다.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납품처를 잃고 문을 닫는 회사가 속출할 것이다. 자식처럼 생각했던 공장을 내 손으로 정리해야 하는 아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구조조정이며 살아 남을 수 있는 대안이다.
하지만 급작스런 충격과 혼란을 막는 방안이 있어야할 것이다.
그것은 단계적인 개혁이다. 우선 완성차는 부품업체의 대형화·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해 발주체계를 바꿔야 한다. 현대자동차측이 최근 『모듈화 발주, 세트발주를 통해 완성차업체의 비용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부품산업의 구조변화를 이끌어갈 방침』이라고 밝힌 것은 발주체제 변화를 통한 단계적 개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품업체가 완성차에 매여 있는 전속·수직적 계열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자동차조합 관계자는 『1개 모기업과 거래하는 부품업체가 전체 1,079개 가운데 619개로 57.3%에 달한다』며 『2군데 납품하는 회사까지 합하면 79.2%(855개)로, 한해 총 부품매출 15조3,000여억원의 44%를 이들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종간·완성차업체간 부품공용화도 필요하다. 덧붙여 부품업체가 국내외에 애프터서비스(A/S) 부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인수합병을 마무리한 후 차종·플랫폼간 통합을 추진할 때 금형비의 감각상각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차가 단종된다면 부품업체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와 대우는 피인수 업체에 딸린 식구들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대해야 할 것이다. 새차 개발에 차별없는 공평한 기회를 모든 업체에 주고 수용능력을 감안한 연차적이고 단계적인 발주를 해야한다.
실업이 부품산업 개편에 뒤따를 불가피한 문제라면 개혁을 시작부터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소유권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7월 22일 저녁 서울 르네상스 호텔에 있었던 한 사건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날 행사는 에어백·안전벨트 등을 생산하는 ㈜성우(회장 정몽훈)가 세계 최대 자동차부품회사인 델파이에 지분 51%(4,000만달러)를 넘기고 합작기업으로 전환하는 자리였다.
이사회는 두 회사에서 각각 5명씩 구성키로 했지만 지분구조상 소유는 鄭회장 일가에서 델파이로 넘어간 것이었다. 鄭회장과 성우는 소유권보다는 첨단기술과 자금을 받아들여 강한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 합작 조인식에서 두 주역이 강조한 말은 한국 부품산업이 가야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2000년대 자동차 부품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기업이 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정몽훈 성우회장)
『국내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성우의 위상과 델파이의 기술력을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할 것이며 성우에 개발 및 성능시험을 할 수 있는 테크니컬센터 역할을 맡기겠다』(라드니 오닐 델파이 내장조명시스템부문 사장)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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