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싱가포르의 48번째 내셔널데이(한국의 광복절) 연설에서 리센룽 총리는 주택과 의료부문에서의 사회안전망 강화와 공군기지 이전을 통한 국토활용 효율화를 발표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주택가격의 안정화 및 인구 노령화에 따라 급상승하고 있는 의료비용의 경감을 통해 싱가포르 국민의 생활수준을 유지하고, 공군기지 및 도심에 위치한 항만의 이전을 통한 개발 활성화로 경기부양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다.
이처럼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주택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일관된 정책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에 힘입어 싱가포르의 7월 주택 판매가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주가지수인 스트레이츠 타임즈 지수는 지난달까지 연초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지수의 15% 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 주식들의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일부 하락폭이 큰 부동산 주식의 경우 약 20%까지 하락한 종목도 있다.
언뜻 보면 모두가 주택시장 부양을 고민하는 가운데 오히려 안정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싱가포르가 행복한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저금리 기조 하에서 낮은 이자비용과 주변국 부호들의 자금 유입으로 부양된 주택시장은 모래성이나 다름없다. 저금리 기조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으며, 그 여파로 사회적 갈등까지 경험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입장에선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인도ㆍ인도네시아ㆍ말레이시아ㆍ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이미 자금 이탈 전망에 따른 시장변동성 급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는 동남아 국가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싱가포르 주식 시장 및 경제에도 결코 반가운 뉴스가 아니다. 국제 자본의 속성은 기본적으로 고평가된 자산에서 저평가된 자산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근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은 향후 예상치 못했던 충격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주택정책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수혜를 보고 있다. 현지의 사무실용 빌딩의 부동산 수요는 최근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투자자들이 정부의 규제가 계속되는 주거용 건물에서 상업용 건물쪽으로 투자 방향을 바꿨기 때문으로 보이며, 이런 상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사무실용 부동산의 임대 가격 상승 반전도 수요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현지 부동산 에이전트 중 하나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싱가포르 지사에 따르면, '그레이드 A'('프리미엄 A' 바로 밑 단계로 사무실용 건물 렌트 지수의 참고가 되는 빌딩 등급)의 렌트 가격은 올들어 조정을 받았으나 2ㆍ4분기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 현재 공실률이 3~4% 수준으로 낮기 때문이다.
사무실용 부동상 임대 가격의 상승 반전은 언제나 수요가 꾸준한 쇼핑몰 등과 함께 상업용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 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실제 싱가포르 리츠 상품의 리스크 대비 수익률은 대단히 우수한 편이다. 싱가포르 증시의 경우 올해 지금까지 투자 수익률이 인상적이지 않았고,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투자의 세계에서 언제나 대안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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