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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후지산까지 가자
입력2002-06-22 00:00:00
수정
2002.06.22 00:00:00
월드컵 정상정복 이젠 꿈이 아니다어기야 둥기 둥기.
한 고개 너머, 보인다.
욱일승천 태극전사의 기개와 4,700만의 붉은 염원 모아.
내달린 김에 훌쩍, 내친 김에 성큼, 가자 결승까지.
굉음을 쏟아내며 거침없이 질주하는 태극 전사의 기세에 세계 축구 강호들은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무적함대' 스페인을 꺾고 4강 문턱을 넘어 한국 축구사의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태극 전사들에게 더 이상 거칠 것은 없다.
'여전히 굶주려 있다'던 거스 히딩크 선장의 뜻을 이젠 온 국민이 알고 있다. 16강, 8강을 거치면서 더욱 힘이 오른 태극 기관차의 최종 도착역이 후지산이 아니라고 그 누가 말하랴.
조별 리그전이 끝날 때만 해도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다고 여겼던 월드컵 우승의 희망이 이젠 손에 쥘 수 있는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온 국민의 가슴을 부풀리고 있다.
지난 14일 우리 대표팀이 포르투갈을 꺾었을 때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내외신 기자들에게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자"는 호기어린 한마디를 던졌다. 그 누구도 진실로 받아 넘기지 않았던 정회장의 당찬 자신감은 이제 단 한번의 시험대만을 남겼을 뿐.
한국이 4강전에서 맞붙게 될 독일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보다는 한수 아래로 평가된다. 결코 자만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너뜨릴 수 없는 철옹성은 결코 아니다.
독일의 화력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미치지 못하며 수비의 탄탄함은 이탈리아에 비길 바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8개의 소나기 골을 퍼 부으며 대승을 거두었지만 공격의 칼날은 경기를 더할수록 무디어 지고 있다. 헤딩 골의 달인 클로세의 고공포도 미국과의 8강전에서는 끝내 골대를 갈라놓지 못했다.
히딩크의 철의 훈련과정을 거친 태극전사의 투지와 힘은 전차군단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강한 체력과 거침없는 몸싸움 능력을 자랑하는 독일팀에 결코 뒤 떨어지지 않는다.
독일팀의 측면 센터링에 이은 단조로운 문전 공략법도 한국팀에겐 충분히 예비책을 마련할 수 있는 전략.
경기를 거듭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는 한국팀의 전력도 결승 진출의 희망을 높이고 있다. 스페인과의 경기로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 100번째 출전, 센추리 클럽 회원이 된 유상철. "누구와 싸우더라도 이길 자신이 넘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그는 이탈리아와의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새로운 축구 역사를 쓰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펼쳤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황금 골을 넣어 8강신화를 창조했던 안정환은 "홈 관중의 열성적인 응원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고 밝혔다. 자신감과 온 국민의 열성적인 응원이야말로 한국 대표팀을 최정상으로 올려 놓은 보이지 않는 전력이다.
"한국팀을 보면 지난 98년 내가 경험했던 프랑스팀을 떠올린다"는 에메 자케 전 프랑스 대표팀 감독의 얘기는 한국 팀의 결승 진출이 그저 희망과 운에 기댄 요행수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프랑스팀을 이끌고 지난대회 우승을 일궈낸 그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공간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한국 선수들은 신념에 차서 점점 과감해 지고 있으며 체력이 놀랍고, 재능이 풍부하다"는 극찬이 이어졌다.
독일 전차군단이 버티고 있는 4강의 성벽을 허문다면 태극 전사와 4,700만이 오를 곳은 이제 단 하나. 부르르 떨리던 대한 건아의 손이 꽂아 놓은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을 상상하는 우리의 가슴은 벌써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홍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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