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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이 농경제학과로 진로 바꿔
입력2004-03-10 00:00:00
수정
2004.03.10 00:00:00
최석영 기자
“최근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산고 끝에 통과되면서 농업이 우리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농업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습니다”
이공계 기피현상과 의대ㆍ한의대 열풍이 맞물리면서 생긴 `의대 쏠림 현상`속에서 다니던 의대를 그만두고 농경제학도의 길을 걷는 학생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아주대 의대 본과 2학년을 마치고 올해 서울대 농생대 농경제사회학부 신입생으로 입학한 황준상(23)씨.
황씨는 10일 “주위 친구들은 모두 저를 미쳤다면서 만류하더군요. 그러나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난 98년 충남고를 졸업한 황씨는 문과를 졸업했지만 아주대 의대에 교차지원해 의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그는 의사와 약사 부모 아래서 자라 진로에 대해 별 고민을 하지 않은 채 의대를 선택했지만 의학도의 길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달으면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의대 본과 2학년을 마치고 수능을 다시 치러 평소 관심이 많던 농업경제를 전공하기로 결정했다. 다행히 황씨의 부모도 고민 끝에 진로를 바꾼 아들의 입장을 이해해줬다.
그는 최근의 의대 열풍에 대해서도 “시류에 편승한 일종의 붐인 것 같다”며 “의료개방이 이뤄지면 의사가 갖는 프리미엄이 적어지면서 거품도 어느 정도 꺼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경제학을 전공해 국제 기구에서 한국 농업을 위해 일하거나 농업 정책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리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FTA 체결 과정에서 농업이 마치 우리 산업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인삼 등 특화작물 개발에 힘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한국 농업에도 활로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농생대는 그의 경험을 신입생들과 농생대 진학을 희망하는 고교생들에게 전하기 위해 황씨를 입학진로정보실 `홍보 도우미`로 임명했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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