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불황 속에서도 홀로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의 꽃을 피우는 종목들이 지지부진한 증시 상황과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자동차·철강·조선·기계·화학·유통 등 유가 급락과 소비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업종 내에서 탄탄한 실적과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앞세워 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초 이후 시장을 이끌어갈 만한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장세 속에서는 각 업종 내에서 돋보이는 실적과 성장성을 토대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종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012330)는 지난해 환율 악재 속에서도 전년 대비 5% 늘어난 3조706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이며 2008년부터 시작된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7년째 이어갔다. 같은 기간 모기업인 현대차(005380)의 영업이익이 7.6% 감소하고 기아차(000270)는 무려 20% 가까이 줄어들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는 상대적으로 러시아 관련 위험도가 낮은데다 영업이익의 40%를 차지하는 애프터서비스(A/S) 부품이 글로벌 경기상황과 무관하게 일정한 수익을 창출한 덕분에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33만원으로 기존 대비 10% 상향 조정했다.
현대모비스의 숨길 수 없는 존재감은 주가에서도 돋보인다. 현대모비스는 연초 대비 2.1% 상승하면서 오히려 주가가 뒷걸음친 현대차(-6.5%)·기아차(-14%)·만도(204320)(-20.5%) 등 같은 업종 내 다른 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전망도 밝다. 신 연구원은 "고급차종의 비중이 늘어나고 멕시코와 중국공장 증설이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대모비스의 모듈 및 핵심부품 매출 증가세는 2~3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은 현대모비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6.9% 늘어난 3조2,825억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현대모비스를 자동차업종 내 최선호종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철강업종의 부진 속에서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으며 홀로 매력을 뽐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고부가 전략제품 판매 증대 효과로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8% 증가한 4,822억원을 기록하며 3개 분기 연속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실현했다. 같은 기간 철강업종 대장주인 포스코가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 성과다. 이를 반영하듯 올 들어 포스코(-3.9%)와 동국제강(001230)(-2.1%) 등 경쟁 철강업체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제철은 4.7% 상승했다.
증권업계는 현대제철이 올해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8.9%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성봉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전기로에서 생산되는 건설용 강재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올해 두자릿수의 영업이익률 달성이 기대된다"며 현대제철을 철강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내수침체의 직격탄을 맞는 유통업종 내에서 현대백화점(069960)은 차별화된 실적과 성장성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한 1,218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전 분기(-8.1%) 대비 역신장폭을 크게 줄였다. 현대백화점이 백화점업계의 불황에도 양호한 실적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고소득의 고객층이 두터운 프리미엄 백화점의 특징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에 비해 불황에도 소비를 줄이지 않는 고소득층 고객 비중이 높은 현대백화점은 오히려 소비 양극화로 수혜가 예상된다"며 "특히 올해 김포·판교 등 신규 출점 효과도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올 들어 현대백화점(7.7%)의 주가 상승률은 신세계(-10.3%)·롯데쇼핑(-13.4%) 등 유통업 '빅3' 가운데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유가 급락의 암초에 부딪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조선업종 속에서도 탁월한 수주 경쟁력을 앞세워 독주를 이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수주금액은 149억달러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며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500억달러 이상의 수주잔액을 확보했다. 특히 유가가 급락한 지난해 4·4분기에만 30척이 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수주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은 "조선주는 수주의 양과 질이 주가를 결정하는데 대우조선해양은 가장 많은 수주잔액과 더불어 금융위기 이후에도 유일하게 선가 하락이 없었던 LNG 운반선 위주의 수주로 질적인 측면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 롯데케미칼(011170)(석유화학)·두산인프라코어(042670)(기계)·CJ제일제당(식품)·현대산업(건설) 등도 뚜렷한 실적 개선 움직임과 장밋빛 전망을 등에 업고 침체에 빠진 각 업종 내 유망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