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이슈가 몰아친 최근 6개월 동안 국내 10대 그룹의 벤처기업 지분취득 등 국내 인수합병(M&A) 실적이 '0건'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치권이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증가를 '문어발식 확장'으로 매도해 M&A를 기피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계열사 증감 현황 자료를 조사한 결과 2012년 10월부터 2013년 3월까지 6개월간 10대 그룹의 국내 기업 지분취득 현황은 사실상 '0건'으로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경제민주화 이슈가 몰아친 이 기간 10대 그룹의 지분취득(M&A)은 단 2건으로 롯데그룹의 하이마트(롯데쇼핑 인수), LG그룹의 퓨처(LG생활건강 인수)뿐이다. 하지만 롯데의 하이마트 인수는 2012년 7월 인수가 마무리된 것이고 LG그룹의 퓨처 인수도 부동산 매입에 지나지 않는 것이어서 실제로 10대 그룹의 국내 기업 M&A는 전무한 것과 다름없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6개월간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 드라이브를 거는 정치권의 표적이 되지 않으려 극도로 몸을 사려왔다"면서 "그러다 보니 앞뒤 가리지 않고 계열사 수를 줄이는 데만 치중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10대 그룹의 국내 M&A 포기는 자본투자의 해외이탈로 나타났다. 실제로 삼성ㆍLGㆍ롯데 등은 이 기간 영국과 이탈리아 등 유럽 업체 인수에 적극 나섰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을 인수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경제민주화를 거스르는 행동으로 비난 받을 게 뻔하지 않느냐"며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다"고 해외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제계 안팎에서는 대기업의 계열사 증가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문어발식 확장에 대해서만큼은 재계도 정부와 정치권 못지않게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벤처기업 M&A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들이 계열사가 늘어난 것에 부담을 덜어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계열사 증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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