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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美 이번엔 IT마찰
입력2004-01-14 00:00:00
수정
2004.01.14 00:00:00
김창익 기자
철강에서 시작돼 섬유ㆍ가구 등 전방위로 번져온 중-미 통상 마찰이 정보기술(IT) 분야로 본격 확산될 조짐이다. 중국이 무선인터넷ㆍDVDㆍ휴대폰 등 핵심 IT 분야에서 중국 진출을 추진하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자체 표준 채택을 강제하고, 중국내에서 생산되는 IT 제품에 대해 수입품에 비해 유리한 세제 혜택을 주면서 미국을 필두로 한 다국적 기업들을 자극하고 있는 것. 막대한 판매 시장과 값싼 노동력 때문에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겼던 미국의 IT 업체들이 중국판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부딪혀 당황하고 있다.
14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은 위피(WI-FI)로 불리는 무선인터넷 표준으로, 중국은 새로 채택한 자체 표준 `와피(WAPI)`에 부합하지 않는 여타 제품의 수입ㆍ제조ㆍ판매 일체를 최근 금했다. 그러나 중국이 제시한 와피는 전세계 범용 표준인 위피와 호환되지 않아 극심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 기업들은 이에 따라 중국 진출 시 신기술 개발에 따른 불필요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하고, 중국 기업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합작 과정에서 지적재산권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래 경쟁 상대에게 무기를 내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중국 수출시 중국내 생산 제품에 비해 세금을 무려 14%나 더 물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의 이 같은 조치는 분명 차별적인 것이며, 투자와 무역 환경을 심하게 왜곡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미 국적의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은 중국의 수입품에 대한 차별적 세제가 세계무역기구(WT0) 규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오는 3월까지 적절한 시정 조치를 내리지 않을 경우 WT0에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라고 부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중국 시장 진출을 원하는 무선인터넷 기업들을 대상으로 6월까지 와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내 합작선을 결정토록 시한을 못박는 등 오히려 강경 자세로 대응, 중-미 통상 마찰이 더욱 악화될 불씨를 남겼다.
<김창익기자 windo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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