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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硏, 전기이용폭파장치 세계 첫 개발
입력1998-10-12 19:54:00
수정
2002.10.22 05:18:42
천둥·번개가 많이 치는 해는 풍년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이다. 천둥·번개의 방전 에너지로 공기중 산소와 질소가 화합해 일산화탄소가 되고, 일산화탄소는 또 다시 물, 산소와 결합해 초산(硝酸)이 된다. 초산은 결국 땅속에 스며들어 식물의 영양분이 되기 때문에 천둥·번개와 풍년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천둥·번개의 정체는 전기. 전기는 이처럼 인류에 의한 발견 이전부터 인류의 삶에 여러가지 도움을 주어 왔다.
전기를 이용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쉼없이 진행되고 있다. 펄스 파워(Pulse Power) 기술도 그중 하나.
전기를 일정시간 충전했다가 100만분의 1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내에 방전하면 같은 에너지로도 수만배 이상의 파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펄스 파워라고 한다. 지난 60년대부터 본격 개발되기 시작한 펄스 파워기술은 주로 군사분야에서 이용돼 오다가 최근들어 산업현장과의 접목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펄스 파워를 얻기 위해서는 발생장치가 필요하다. 이는 저장된 에너지를 원하는 시간에 부하(負荷)에 전달되도록 하는 고전압 대전류 스위치가 핵심이다. 미국·러시아 등 기술선진국이 해외 이전을 꺼리는 첨단기술중 하나인 고전압 대전류 스위치는 그동안 수입하기 어려움은 물론, 수입하더라도 고가여서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나 한국전기연구소 전기물리연구팀(팀장 임근희·林根熙)이 최근 고전압 대전류 스위치를 포함, 펄스파워 발생장치를 자체 설계·개발해 냄으로써 우리나라도 펄스 파워기술의 원천을 축적하게 됐다. 林박사팀은 특히 펄스 파워 발생장치 국산화에 그치지 않고, 이를 응용해 암반 발파, 콘크리트 구조물 해체, 수중 용접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전기폭파장치를 세계 처음으로 개발해 내는 쾌거도 이룩했다.
전기폭파장치는 화약이나 다이너마이트가 아닌 순수 전기에너지를 이용하기 때문에 취급 소홀에 따른 폭발사고 위험성이 없고, 파편이 거의 튀지 않아 좁은 공간에서도 폭파공사가 가능하다. 건물이 밀집돼 있는 도시지역에서도 반경 5㎙의 공간이면 충분하다. 또한 폭파시 인체에 해로운 연기 또는 분진이 발생하지 않는다.
비가 오는 날씨에도 폭파를 할 수 있으며, 특별한 도구 없이 해저 구조물 폭파도 가능하다. 기후 및 환경조건에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전천후 폭파장치인 셈.
전기폭파장치의 끝 부분을 변형하면 수중 용접도 가능하다. 전기 방전으로 고온을 형성한 뒤 용접봉을 녹여 붙이는 일반 용접과 달리 강력한 파워로 금속을 압착, 용접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기폭파장치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
林박사팀이 이번에 개발한 전기폭파장치는 5기가와트급(1기가는 10억). 이를 수중에서 폭파시킬 경우 물기둥이 40m나 치솟을 만큼 큰 파워를 낸다. 그러나 1회 폭파시 사용되는 전기량은 100W짜리 백열등 9개를 10분 켜는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가정용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겨우 15원. 펄스 파워장치가 상용화될 경우 얻게 될 경제효과는 이처럼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정구영 기자】
林根熙박사팀이 개발한 5GW급 전기폭파장치. 이를 수중에서 폭파시키면 물기둥이 40㎙나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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