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경기 영향 덜받는 중소형주로 수급 몰리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안정적인 수익률 유지
'현대인베스트먼트'는 1년 수익 30%로 최고
2개월전 편입종목 고려… 투자성향 맞게 가입을
국내 증시가 장기간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주펀드가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웃도는 수익률로 주목을 끌고 있다. 대형주들이 대내외 경기 부진으로 힘을 못 쓰고 있는 동안 상대적으로 대외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 중소형주로 수급이 몰리면서 중소형주펀드도 덩달아 날아오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중소형주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15일 기준 2.47%로 가장 높다. 이는 배당주펀드(1.13%), 일반주식형펀드(0.75%), 코스피200 인덱스펀드(0.71%)의 수익률보다도 높은 수치다. 최근 1년 기준으로 따져보면 중소형주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5.29%로 배당주펀드(8.38%), 일반주식형펀드(-1.14%), 코스피200인덱스펀드(-2.09%)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중소형주펀드의 수익률이 호조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수출 중심의 대형주가 위축되면서 중소형주로 수급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코스피 대형주 지수는 3.4% 하락한 반면 코스피 중형주 지수와 소형주 지수는 각각 3.5%와 18.7%씩 올랐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12.08% 상승했다. 중소형주펀드는 보통 펀드 순자산의 50% 이상을 코스피 상장 중소형주나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대형주 비중이 높은 일반 주식형펀드 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박스권 장세에서 전체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다 보니 실적 좋은 중소형주로 수급이 몰리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며 "대부분의 중소형주펀드가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장기 성과도 좋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소형주 펀드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성과를 내면서 안정적인 상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중소형주 펀드는 연간 기준으로 2009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적이 없다. 중소형주 펀드의 수익률은 2008년(-38.6%)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떨어졌지만 2009년(57.6%)부터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연간 코스피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2011년과 2014년에도 중소형주 펀드는 각각 1.5%와 6.8%의 성과를 냈다.
개별펀드로 보면 국내 설정된 중소형주펀드 중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이 30.33%로 가장 좋다. '현대강소기업'이 24.36%로 2위를 기록하고 있고 '동양중소형고배당'(22.86%),'하나UBS코리아중소형'(20.75%)가 뒤를 잇고 있다. 국내 중소형주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많은 'KB중소형주포커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9.33%, 삼성운용의 간판펀드인 '삼성중소형FOCUS'는 11.50%로 역시 양호한 수익을 내고 있다. 뒤늦게 중소형주펀드 시장에 뛰어든 한국밸류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중소형'펀드도 같은 기간 13.77%를 기록했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의 수익률은 71.57%,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의 수익률은 63.89%에 달한다. '삼성중소형FOCUS'의 최근 5년 수익률은 101.71%를 기록하고 있다.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실장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기 영향을 덜 받으면서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을 갖추고 있는 중소형주에 주목하고 있다"며 "게임주를 비롯해 모바일 관련주, 바이오주 등 이익 성장성이 큰 기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KB중소형주포커스'펀드의 주요 편입 종목을 살펴보면 골프존(5.8%), 리드코프(4.35%), 네이버(3.65%), 휠라코리아(3.58%) 등이다.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펀드는 컴투스(5.21%), 씨젠(4.25%), 삼성전자(3.11%), 리바트(2.68%), 호텔신라(2.3%)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B중소형주포커스' 펀드가 중소형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꾸리는 반면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펀드는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주를 적절히 편입하는 게 특징이다.
중소형주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같은 중소형주펀드라고 하더라도 운용전략은 다를 수 있다"며 "2개월 전 펀드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부합하는 펀드를 선택해서 가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후정 연구원은 "중소형주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 외에도 현 정부 들어서 상생 경제와 관련한 정책 기대감도 중소형주 펀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대형주 실적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전까지 중소형주 펀드 투자는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목 한동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