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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관리 ‘총체적 부실’
입력2003-11-27 00:00:00
수정
2003.11.27 00:00:00
최석영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출제위원 선정에서 정답 검증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올해 수능에서 문제가 된 학원강사 출신의 출제위원 선정과 관련, 이를 사전에 검증할 아무런 장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출제위원 자격을 심사하는 `출제위원 출제심사위원회`도 형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7일 이런 내용의 2004학년도 수능시험과 관련한 특별조사팀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수능시험 논란과 관련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출제위원 선정 주먹구구=올해 수능에서 문제가 된 초빙교수이며 학원강사 출신의 P모씨가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것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검증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사 팀의 의견이다. 또 조사결과 평가원은 P씨의 인터넷입시사이트 강사 전력여부를 전혀 알지 못했으며, 초빙교수 신분이 출제위원에 합당한지 여부도 `출제위원심사위`의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평가원 내부 논의과정에서도 초빙교수 P씨에 대해 처음에는 출제위원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도 유자격자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특정대학 출신ㆍ출제 유경험자 반복참여=출제위원도 특정대학 출신이 독차지하고 있었다. 올해 출제위원 156명 가운데 특정대학 출신이 90명으로 약 58%(외국어ㆍ제2외국어여역 제외땐 71%)를 차지했으며, 특히 이 대학 사범대학 출신은 65명으로 42%에 달했다.
또 `한번 출제위원은 영원한 출제위원`이란 사실도 밝혀졌다. 수능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지만 올해 출제위원중 4회 이상 참여한 출제위원이 14명에 달하고 8번이나 참여한 출제위원도 있었다. 또 5회 이상이 6명, 6회 이상이 2명이며 2년 연속 참가한 출제위원은 38명에 달했다. 교육부는 이로 인해 출제위원 사전노출, 출제위원 선정상 특정인 영향력 행사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제교사 참고서 집필ㆍ유사지문 출제=수능 출제위원 중 20여명의 위원이 자신이 직접 제작한 문제집이 있거나 제작에 참여했던 것으로 밝혀져 출제위원 선정의 공정성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사지문의 유출과 관련해서는 의도성을 가지고 출제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으며 다만 지문 제시나 문항개발 과정에 별도의 검증장치가 없는 점은 개선돼야 할 사안으로 제시됐다.
교육부는 “인터넷에 `철학관련 지문이 출제될 것` 등의 내용이 유포된 것에 대해서는 명확한 진상조사를 위해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으며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교육부는 이 같은 진상결과를 바탕으로 출제위원 선정과 복수정답 시비 및 유사지문 논란과 관계된 자들에 대해서는 엄중조치하기로 했다. 또 출제위원 선정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검증체제를 확립하고 출제위원회의 다변화와 상시적인 관리체제 구축하고 출제위원 자격요건에 대한 검증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진상조사 발표에도 불구하고 수능 파문의 최대 쟁점이었던 출제위원의 학원강사 경력 부분은 뚜렷한 해명이 없이 논란이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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