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적자ㆍ저수익 점포 정리계획을 최근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보고 내용을 보면 하나은행은 적자와 성장 정체에 직면한 점포 25개를 폐쇄하기로 했다. 3개 점포는 지점에서 출장소로 규모를 줄인다. 농협은행은 4개 점포의 위치를 옮기고 1개는 아예 없애기로 했다. 8개 점포는 연말 결산을 보고 정리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적자를 낸 51개 점포 가운데 최근 3년 내 신설한 곳을 빼고 11개 점포를 통폐합 또는 재배치할 예정이다. 외환은행은 적자 점포 3개와 저효율 점포 5개 등 9개 점포를 통폐합한다. 국민은행은 12개 점포, 우리은행은 8개 점포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상반기에 15개 점포를 없앤 데 이어 하반기에 5개 점포를 추가 정리한다. 신한은행도 상반기에 14개 점포를 없앴다.
은행들이 이처럼 일제히 적자점포 정리에 나선 이유는 수익성이 확연하게 나빠진 탓이다. 저금리ㆍ저성장에 건설ㆍ조선 대기업들의 부실이 커졌다. 올해 2ㆍ4분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조1,000억원보다 1조원이나 줄었다. KB·신한·우리·하나 같은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은 2조5,262억원으로 지난해 5조1,179억원에 견줘 절반가량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점포를 1개 줄이면 연간 3억~5억원 정도의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점을 줄이는 게 실질적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 지점 몇 개 줄인다고 수익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수익 악화가 계속되면 결국은 인력 구조조정이나 임금 삭감 얘기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도 은행들이 수익 악화를 이유로 하반기 중 대규모 희망퇴직을 받거나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은행 점포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은 별개"라며 "폐쇄되는 점포 인력은 다른 점포나 본점 지원 부서로 배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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