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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구제금융시대­고려증권 부도 배경·파급효과

◎고려종금 콜자금난 “희생양”/증시침체·신사옥구입 상황 더 악화/금융공황 심화·업계 파장확산 우려국내 8대 증권사인 고려증권이 결국 최종부도처리되고 영업정지 조치를 받음에 따라 금융시장의 공황이 심화되고 증권업계에도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증권업계에서는 고려증권의 부도사태가 다른 증권사까지 파급돼 투자자들의 예탁금인출 사태로 확산되지나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고려증권의 부도는 정부의 종금사 영업정지에 따른 단기자금시장 마비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고려증권이 고려종금에 빌려줬던 수백억원대의 콜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한채 종금사 영업정지로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사부도는 정부의 급작스런 종금사 영업정지에 따른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와함께 증시침체에서 비롯된 적자누적과 여의도 신사옥 건립에 따른 자금부담, 기업 연쇄부도로 인한 부실채권 증가,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단기차입금 증가 등도 자금난을 심화시켰다. 지난 11월28일 현재 고려증권의 상품주식보유금액은 1천5백31억원이나 평가손규모가 1천5억원에 달해 평가손율이 65.6%에 이르고 있다. 또 기업의 부도증가로 지난 9월말 현재 부실채권규모는 1천8백89억원에 달해 자금부담을 가중시켰다. 고려증권은 증시침체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9월말 현재) 적자 규모가 3백9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5회계연도에 적자(4백79억원)로 전환한 뒤 지난 96년에는 8백97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돼 누적적자가 1천7백68억원에 달하는 등 손실규모가 계속 확대됐다. 고려증권은 이같은 상황에서 여의도 신사옥을 짓는데 9백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은데다 최근 금융시장이 경색된데 따른 후유증으로 단기차입금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금난이 가중됐다. 지난 3일 현재 고려증권의 단기차입금규모는 5천3백38억원으로 지난 3월이후 1천4백36억원이나 증가했다. 단기차입금중 콜차입은 지난 3월말 5백67억원에서 지난 3일에는 4천3백37억원으로 무려 3천70억원이 늘어났다. 이에따라 고려증권은 하루 자금결제액이 1천5백억원을 웃도는데다 계열사인 고려종금의 영업정지로 고려종금에 빌려준 자금(콜론 5백62억원, 종금채 2백40억원)이 막히면서 최종부도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문제는 다른 증권사들도 정도의 차이만 날 뿐 고려증권과 같은 부실원인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 이후 금융기관의 유가증권평가손 반영비율이 1백%로 현실화될 것이 확실해 증권사들은 최근의 주가급락 여파로 인해 적자폭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고려증권이 부도위기까지 몰림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다른 증권사에 단기자금인 콜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꺼려 증권사 전체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데 있다. 종금사에 콜자금을 빌려줄 경우에는 신용관리기금에서 보증을 해주지만 증권사는 아무런 보증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재무구조가 부실하고 자금사정이 안좋은 것으로 알려진 일부 증권사 고객들이 부도에 대한 불안감으로 예탁금을 인출하는 사태가 속출함으로써 영업자금을 마련하는데도 급급한 상황이 우려되기도 한다. 일본의 야마이치증권을 파산으로 몰고간 직접적인 원인도 결국 고객들의 예탁금 인출사태에서 비롯됐는데 국내에서도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의 단기차입금은 97년3월의 7조5백억원에서 지난 2일현재 10조7천억원으로 불어났다. 또 증권사의 부실채권이 1조2천6백억원, 상품자산평가손이 1조8천억원에 달하는 등 부실규모가 만만치않아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정완주 기자> ◎고려증권은 어떤 회사/81년 대아증권 인수서 출발/자본금 1,644억… 약정고 8위 금융업계 최초의 도산이라는 오명을 쓴 고려증권은 업계순위(약정규모기준) 8위의 중견상장사로 고려종금, 고려통상, 고려생명, 고려투자신탁, 고려종합연구소, 동광제약, 반도축산개발, 중앙물산, 반도개발 등 9개 계열사를 거느린 고려그룹의 모기업이다. 지난 78년 이강학명예회장이 대아증권을 인수, 상호를 고려증권으로 바꾸고 86년 11월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다. 80년대 후반 증시호황에 힘입어 중견증권사로 발돋움한 고려증권은 이명예회장의 아들인 이창재본부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사세확장에 나섰다. 지난 90년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천6백44억원으로 늘렸으며 같은해 5월 고려단자를 고려종금으로 전환, 종합금융업에도 진출했다. 그러나 지속적인 증시침체로 인해 지난 2년동안 1천3백여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명예회장 이강학씨/자유당 시절 치안국장 출신/워양어업서 기반 금융업 전환 이강학명예회장(75)은 자유당 치안국장 출신으로 관직을 물러난 후 60년말 고려원양어업을 설립, 기업인으로 변신했다. 이회장은 원래 금융업에는 별다른 뜻이 없었으나 80년대 이후 금융산업의 성장을 예상하고 증권회사 인수를 결정했다. 정관계에 친분이 두터운 이회장은 80년대 후반 증시호황을 통해 사세를 크게 확장했다. 90년들어서는 아들인 이창재본부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본부회장(47)은 한양대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후 계열사인 동광제약의 부사장, 고려통상사장을 거쳐 지난 85년 그룹회장에 올랐다. 합리적인 성격으로 주위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이본부회장은 독단적인 의사결정스타일로 인해 회사내부에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과도한 외형확장은 내부에서도 비판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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