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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 도중 손에 묻은 물기를 닦아낼 필요 없이 손짓만으로 전화를 받는다. 실제 게임 주인공처럼 달리면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이를 가능케 해 준 동작인식 기술이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동차용 동작 인식 서비스를 공동 개발 중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서비스는 주로 내비게이션 조작ㆍ오디오의 볼륨 조절 등 차량의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을 손짓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손동작으로 운전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운전 외의 조작 때문에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일을 막는다는 취지다. 게다가 동작인식은 음성인식 서비스의 최대 장애물인 언어ㆍ발음 문제도 없다.
MS의 키넥트는 게임으로 유명하지만 게임 이외의 분야에서도 서서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테데시스 병원 수술실에서는 의사들이 손짓으로 MRI 등의 스캔 영상을 살펴본다. 수술 장갑을 낀 채로도 자료를 확인하고 세균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게 된 것. 한국MS 관계자는 "키넥트는 누구나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출발했고, 앞으로 게임 뿐만 아니라 다양하게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히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ㆍ엑서사이즈(Exercise)ㆍ에듀케이션(Education) 등 'E3'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 업계에서도 동작인식에 주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개발자들이 만든 '쇼퍼셉션(Shopperception)' 서비스는 아르헨티나의 월마트에서 시범 적용된 데 이어 미국 매장으로도 도입이 확대될 예정이다. 대형 마트 등에서 쇼퍼셉션을 활용하면 별도의 인력 없이도 어떤 매대가 가장 붐비는지, 카운터 앞에 선 손님이 어떤 제품들을 살펴본 후 카트에 담는지 등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매대에 설치된 3D 동작인식 센서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또 동작인식 센서가 달린 카트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을 자동으로 따라 움직이며 쇼핑을 돕기도 한다. 미국의 식료품 체인인 홀푸즈가 지난해 이 같은 '스마터 카트(Smarter cart)'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정에서도 동작인식 서비스를 일상사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추세다. 이스라엘 벤처기업인 아이사이트(Eyesight)는 최근 TV, 태블릿PC,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화면을 별도의 입력장치 없이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이 기술이 탑재된 TV가 있으면 소파에 앉은 채로 손가락만 움직이면 채널이 바뀌는 식이다. 리모콘이나 마우스 등을 어디에 뒀는지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진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도 비슷한 기능이 점차 도입되고 있다. 또 일본의 미쓰이홈은 손짓으로 커튼을 치고 조명을 켜거나 끌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이밖에 테니스나 피아노 레슨을 돕는 동작인식 소프트웨어, 동작인식을 접목한 양방향 지하철 광고 등도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테크나비오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16년까지 동작인식 관련 시장 규모가 매년 26% 이상씩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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