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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1월 앙골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플랜트인 '파즈플로 부유식 원유생산ㆍ저장ㆍ하역설비(FPSO)' 종합준공식을 가졌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설치공사까지 마친 파즈플로 FPSO는 여러 면에서 세계 최대 기록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설비의 규모는 길이 325m, 폭 61m, 높이 32m에 자체 무게만 12만톤으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건조된 FPSO 가운데 가장 크다. 총 계약금액 2조6,000억원과 대우조선해양이 조기 인도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인센티브 5,400만달러(약 625억원)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 조선산업의 주력 선종이 바뀌고 있다. 과거 국내 조선업계는 탱크선, 벌크선, 중형 컨테이너선 등을 주로 건조하며 '조선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체들은 FPSOㆍ드릴십 등 해양플랜트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들을 집중적으로 수주하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럽 등 글로벌 재정위기로 전세계 선박 발주시장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올해 들어 나 홀로 '수주 대박'을 터뜨린 것도 이들 고부가 선박에 집중한 전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자원개발과 관련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만 총 105억달러어치(현대삼호중공업 포함)를 수주했는데 이는 조선ㆍ해양플랜트 전체 수주액 182억달러의 약 60%에 달한다. 현대중공업의 조선ㆍ해양플랜트 전체 수주액에서 해양플랜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7년 6.6%에 불과했지만 2008년 18.9%, 2010년 28.9%, 2011년 57.7%로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대우조선해양의 전체 수주금액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23.2%에서 올해 43.8%로 두 배 가량 높아졌다. 이들 조선사를 해양플랜트 전문업체로 불러도 손색 없는 수준이다. 내년 이후에도 해양플랜트 부문은 조선업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심해 유전 개발 프로젝트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어 드릴십 등 해양플랜트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영국 에너지 컨설팅업체인 더글러스 웨스트우드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드릴십 2,020억달러, 부유식 플랫폼 1,320억달러, 파이프라인 940억달러 등 전세계 심해 유전 관련 설비투자 규모는 5,0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저가공세로 세계 조선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중국 조선사들은 기술력 부족으로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어 당분간 국내 조선사들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 함께 LNG선도 국내 조선사들의 효자 선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조선ㆍ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전세계에서 발주된 LNG선 51척 가운데 국내 조선업체들은 84%에 달하는 43척을 싹쓸이했다. 업체별로는 올해 삼성중공업이 17척, 대우조선해양 11척, 현대중공업 8척, STX조선해양이 3척의 의 LNG선 주문을 각각 따냈다. 올해 전세계 LNG선 발주는 지난 2005년 이후 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는데 이는 일본 원전 사태 여파로 청정연료인 LNG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에도 연평균 30척 가량의 LNG선 신규 발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선도 한국 조선사들의 독무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세계 최대 규모인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모두 20척이나 수주하며 세계 조선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늘리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에게 혜택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계가 내년 세계 신조시장에 불어 닥칠 극심한 한파를 꿋꿋하게 견뎌낼 것으로 보이는 원동력도 바로 이들 고부가 선박이다. 이들 새로운 주력 선박은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과 가격경쟁력에서 뒤지는 일본에 맞서 우리나라가 세계 조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이윤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일반 상선 시황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LNG선ㆍ드릴십ㆍ해양플랜트 중심의 발주는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에 따라 이들 고부가 선박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국내 대형 조선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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