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선 업체들이 늘었다. 이들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하면 주가는 이후 대부분 올라 자사주 취득 효과가 뚜렷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취득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면서 "자사주를 취득하는 업체는 대부분 주가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경우가 많아 자사주 취득 공시가 나오면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디씨엠·동남합성·코라오홀딩스 등 13개 업체가, 코스닥시장에서는 메디톡스·크루셜엠스·와이솔 등 11개 업체가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주가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업체가 모두 24곳으로 지난해 1~2월 20개 업체가 자사주를 취득했던 것에 비해 많은 수치다.
코스닥업체는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내놓은 후 평균 8.67% 올랐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은 2.49% 올랐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초 이후 테이퍼링 이슈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강했는데 이로 인해 대형주 주가가 대부분 떨어졌고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대형사들도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코스닥업체들의 주가 상승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사주 취득 공시가 나오면 우선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고 자사주 취득 업체 중 주가 상승폭이 더 클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고르기 위해서는 자사주를 매입한 뒤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주당이익률이 높아진다는 면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는 업체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사주를 취득한 업체들은 실적 전망도 밝아 자사주 취득을 계기로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지난달 15일 1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취득한다고 밝힌 마크로젠은 자사주 취득 공시 이후 한 달여 만에 19.02% 올랐다.
한지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구용으로만 쓰이던 개인별 DNA 염기서열 분석 서비스(DNA Sequencing Service)의 가격이 많이 내려 지난해 2,00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마크로젠은 최근 분석비용을 1,000달러에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신규시설 투자를 했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마크로젠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44.6% 늘어난 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액도 27.5% 늘어난 65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3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기로 한 톱텍 역시 취득 이후 15.95%의 상승률을 보였다. 톱텍은 주력 사업 부문인 OLED와 LCD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설비 투자를 함에 따라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은 톱텍의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보다 45.18% 늘어난 392억원으로 전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달 27일 자사주를 취득한 이수페타시스가 취득 이후 14.63% 상승했고 지난달 10일 자사주 취득 공시를 내놓은 한미반도체 역시 6.93% 상승했다. 동남합성(4.74%), 광동제약(3.74%)도 공시 이후 주가 흐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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