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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패배주의에 막힌 '한국판 골드만삭스'

■ 서울경제, IB 유관기관 대표 설문

국내 67% "글로벌 IB 불가능" 외국계 67% "가능"

무분별한 출혈경쟁·저가 수수료도 걸림돌로 지적


국내 투자은행(IB) 업계에 만연한 패배주의가 '한국판 골드만삭스' 탄생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 IB와 4대 회계법인, 금융당국 등 IB 및 유관기관 대표 31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설문한 결과 국내 IB의 67%는 국내 IB가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로 거듭나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외국계 IB의 67%는 한국에서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IB가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외국계 IB는 국내 IB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국내 IB는 패배주의에 물들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국내 IB들이 국내 기업의 외국계 IB 선호현상을 탓하며 시장수요 파악과 서비스 차별화 노력을 게을리한다는 점이다. 이는 본지가 국내 상장기업 120곳의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한 설문조사 중 인수합병(M&A) 자문사 관련 질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국내 IB들은 상장기업이 선호하는 M&A 자문사로 외국계 IB(87%), 회계법인(52%), 국내 대형 IB(42%) 순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상장사 경영진은 국내 대형 IB(33%)를 가장 선호했다. 외국계 IB(18%)는 회계법인(20%)보다 낮았다.

상장사 경영진은 국내 대형 IB를 선호하는 이유로 뛰어난 컨설팅 능력(19%)을 꼽았다. 이는 외국계 IB의 컨설팅 능력(13%)보다 6%포인트 앞선 수준이다.



국내 IB가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와의 무분별한 출혈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답이 가장 많았다. 국내외 IB 업계 설문 전체 응답자(중복답변) 가운데 74%가 저가 수수료를 글로벌 IB 도약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했다. 불필요하게 많은 IB 업체 수가 58%로 뒤를 이었다.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과제 역시 저가수수료가 7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문인력 양성이 51%로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을 받았다.

이 밖에 증권사 CEO의 IB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증권사 IB 부문 대표는 "IB는 수익을 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단기 성과에 집중하고 평가를 받는 CEO가 인내심을 갖기는 쉽지 않다"며 "IB의 잠재역량을 키워줄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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