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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 은행 정기예금 편입 길 막혀 "퇴직연금 운용 어쩌나"

우리·企銀 "판매중단" 통보<br>DB형상품 안정성 취약해져<br>연말 고객유치 차질 불가피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12월1일부터 증권사에 대한 퇴직연금 정기예금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상품에 은행 정기예금을 편입할 수 없게 돼 고객유치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당국과 은행ㆍ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최근 각 증권사에 퇴직연금 정기예금 업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5일 A증권사 등 11개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귀사와 당행의 협약에 의해 판매되는 퇴직연금 정기예금에 대해 12월1일부터 판매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기업은행도 B증권사 등 17개 증권사에 비슷한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퇴직연금 정기예금은 증권사에 판매하는 정기예금 상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퇴직연금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그동안 퇴직연금 상품으로 편입해온 정기예금 상품 판매를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당장 연말 퇴직연금시장에서 고객유치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정기예금 판매중단으로 제일 문제가 되는 부분은 증권사들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은행예금과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중심으로 DB형 퇴직연금 상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은행 정기예금을 편입할 수 없게 되면 DB형 퇴직연금 상품의 안정성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고 증권사들로서는 고객유치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은 은행들의 정기예금 판매중단이 가열되고 있는 퇴직연금 유치전에서 증권사를 견제하려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당국에서 자사상품 편입비중을 70%로 제한하자 마음에 맞는 증권사들하고 금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할당물량을 바터(물물교환)하고 있다"며 "이는 퇴직연금시장에서 증권사를 견제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요청해올 경우 정기예금 상품 판매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은행들이 자사상품 편입비중만 충족하면 나머지 증권사들과 추가로 판매계약을 맺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은행들이 자사 정기예금 금리와 같은 상품을 제시하는 증권사하고만 거래하겠다는 일종의 증권사 길들이기 의도"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규모는 37조원으로 이 가운데 DB형이 27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DB형 퇴직연금 중 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11조원, 증권은 5조원, 보험은 10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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