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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성탄절에
입력1998-12-27 00:00:00
수정
1998.12.27 00:00:00
『성자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신 것은 세상을 구원하시러, 우리를 구원하시러 오신 것 입니다』신부님의 말씀을 귀담아 들으면서도 왜 예수님은 빨리 재림하지 않으시는지 자꾸만 되묻고 싶어만진다. 이 혼탁하고 추악한 세상을 구제하시려면 빨리 오셔야 하는데….
필자가 캐톨릭 신자 영세를 받은 지는 2년7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교리 공부를 6개월 가까이나 했지만 머리속에 남는 것은 별로 없고 그저 주일 미사에나 열심히 참여하는 초등 신자에 불과하다.
캐톨릭 신자가 된 것은 태중교우출신인 집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필자가 예수님의 재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발상 때문이다. 저질이고 사악한 무리들이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보다 왜 더 잘 살고 출세하고 남을 억압하기만 하는 이세상. 하느님은 언제까지 이렇게 이 지저분한 세상을 방치하시는걸까. 못된 무리들에게 벌을 빨리 그리고 많이 주면 세상은 한결 정화가 될텐데….
청년시절 이 비슷한 질문에 대해 친구의 우스개 소리가 연상된다. 『하느님이 거짓말쟁이와 악인을 양산 시켜야 세상이 빨리 망할 것이 아닌가』
매우 역설적인 이야기지만 그런대로 세속적인 설득력을 지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세상 사람들은 크고 작은 죄를 지으면서 살아간다. 어쩌면 이것은 대부분 인간들의 공통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고 하느님께 용서를 간구한다. 그래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나약한 존재이며 갈대와 같다고도 하지않는가.
문제는 죄의 반복성과 확대재생산에 있다.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독종들도 참으로 많다. 또 죄를 짓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도 많다. 죄를 짓고도 남이 모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철가면을 쓴 사람들은 진정 언제까지 편안할까.
옛날에는 한 인간의 죄가 쌓이고 쌓이면 자식대에 가서 벌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려 신을 노하게 한 나머지 인간의 죄값은 이제 그사람 당대에 모두 받게됐다는 「넌센스 주장」이 현대적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죄를 지은만큼 벌은 꼭 받게 된다는 이 평범한 진리앞에 인간은 언제쯤이면 당당해 질 수 있을까. [안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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