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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침몰 대참사] 40년 된 배에서 실습… 취업 땐 뒷돈… 애초부터 시맨십은 없었다

■ 드러나는 선원·선박 관리 난맥상

여객선 수명 30 → 20 → 30년 '고무줄 규정'에

선박검사도 13분만에 '뚝딱' 합격률 99.9%

취업 브로커 판치고 무면허 선장까지 고용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선원·선박 관리의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20년 된 세월호가 침몰한 상황에도 40년 된 배에서 선원 실습이 이뤄지는 형편이다. 선원은 실력보다 뒷돈으로 취업하고 경력마저 허위로 부풀린 채 배를 운항하고 있다. 승객을 버리고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게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뱃사람의 자세인 '시맨십(seamanship)'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어이없는 상황은 관료와 해운업계가 뒷배경을 형성하면서 드러나지 않은 채 이어질 수 있었다.

문제는 '참사' 때문에 잠시 높아진 경각심이 오랫동안 굳어진 관행을 바꿀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선원·선박 관리의 전면적인 개선을 위해 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0년 된 배에 오르는 선원 실습생=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것 중 하나는 18년 된 배를 수리해 수명을 25년으로 늘렸다는 점이다. 세월호는 인증기관인 한국선급에서 인증서를 받은 뒤 이를 토대로 운항허가는 물론 산업은행에서 100억원의 대출까지 받았다.

선박의 수명은 안전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법이나 규정보다는 업계 관행이 우선된다.

선박 수명을 규정하는 제도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해운사의 법인세를 산정하기 위해 법인세법은 선박 수명을 10년에서 최대 12~13년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해운사의 감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한 회계규정에서는 선박의 수명을 12년 혹은 15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운항이나 대출을 받을 때는 선박법을 비롯해 업계 관행을 우선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인세법이나 회계기준보다는 선박업계의 기준이 더 길며 안전에 관한 인증서만 있다면 훨씬 오래된 선박도 정상적인 배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해운법은 여객선의 수명을 원칙적으로 20년으로 하고 있지만 수리를 거치면 30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2005년 30년 만에 법 개정을 통해 수명을 30년에서 20년으로 줄였지만 2009년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30년으로 늘어났다.

선박을 담보로 한 대출도 마찬가지다. 시중은행의 한 선박대출 관계자는 "선박의 수명은 평균 25년으로 보며 엔진 관리가 양호하거나 연안만 오가는 여객선은 30년까지도 본다"고 말했다. 선박 대출 원리금은 선박 운영수익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선박의 수명이 핵심이지만 안전인증서만 받아오면 은행도 더 묻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선박 안전에 관한 유일한 방패인 선박검사는 부실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선박안전기술공단의 자료를 보면 선박 불량에 따른 해양사고가 늘고 있는데도 최근 5년간 선박검사 합격률은 99.9%였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해양수산부의 자료를 보면 목포 해양경찰서는 12척의 선박을 4명이 총 160분 만에 점검했다. 350~500명가량 타는 여객선 한 척을 점검하는 데 13분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선박안전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정부 산하기관에서도 수명이 다한 배를 운영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항해사·기관사 등 해기사를 양성하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은 부산·인천 해사고 학생을 6개월~1년간 바다에서 실습시키면서 25~40년 된 배 3척을 사용하고 있다. 부식으로 내부에서는 발암물질인 석면이 검출되고 있지만 해수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오는 2016년 새 배가 건조될 때까지 보완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최대 1,000만원 뒷돈으로 취업하는 선원들=선원을 고용하고 관리하는 과정도 허술하다. 선원 대부분은 6~8개월간 비정규직으로 취업한다. 이 같은 사정을 악용해 뒷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하는 인력시장이 성행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성범 새누리당 의원실에 따르면 부산 영도구와 중구 일대에 취업을 원하는 선원에게 한 달치 월급인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을 받는 취업 알선 브로커가 있다. 선원법은 선원복지고용센터 등 정부가 정한 기관만 취업을 알선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선주까지 브로커로 활동하는 실정이어서 브로커 없이 취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양경찰청이 잡아내더라도 소액의 벌금에 그친다.

선원 경력이 있는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실력순이 아닌 브로커의 뒷돈으로 취업하는 부조리는 선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수십년 된 관행이지만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취업 브로커가 정부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은 선원법 때문이기도 하다. 선원법은 20톤 이상의 선박에만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선원은 3만 5,000명으로 전체 선원의 8%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추산이다.

취업한 선원 관리도 문제가 많다. 선원 중 항해사·기관사 등 해기사 면허를 취득하려면 2톤 이상의 배에서 2년간 승선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경력은 선주나 선장이 발급할 수 있다. 김춘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13년 상반기 발급한 해기사 면허 중 선주나 선장이 발급한 경우는 17%인 2,579건이었다. 이들 대부분의 승선 경력은 실제와 일치하지 않았고 주민등록조차 돼 있지 않았다. 일부는 선주가 스스로 승선 경력증을 발급한 사례도 상당수 나타났다.

한 해운사 출신 관계자는 "해기사 면허제도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돼 소형 선박의 경우는 사실상 무면허에 가까운 사람도 선장으로 고용한다고 보면 된다" 면서 "제도 자체를 전면 수정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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