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동 브랜드 제품을 사준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막상 신청기준을 보니 현실적으로 지정될 만한 품목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공동 브랜드를 준비해온 중소기업들은 하늘만 쳐다보는 실정입니다." (중소기업협동조합 관계자) "조합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적용 대상이 극소수에 그치더라도 엄격한 심사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조달청 관계자) 정부가 중소기업들의 판로확대를 위해 '우수 공동 브랜드 우선구매제'를 추진하고 있지만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적용하는 등 지나치게 문턱이 높아 사실상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면 조달청은 제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맞서 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7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최근 조달청이 마련한 우선구매제의 심사 기준안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우수조달 공동상표 물품'으로 지정될 수 있는 품목은 산하조합을 통틀어 단 한 개도 없다. 조달청은 일정기준을 통과한 공동 브랜드 제품만 구매한다는 방침 아래 참여업체의 30%는 기술ㆍ품질인증을 각각 한 개 이상 보유하고 통상실시권 이상의 특허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기준을 마련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기술 및 품질인증 등의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현행 기준을 적용하면 당초 도입취지와 달리 공동 브랜드 결성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목재조합의 경우 조달청이 요구하는 신기술제품(NEP)이나 신기술인증(NET) 등 기술인증을 갖춘 회원사가 단 한 곳도 없으며 그나마 사정이 나은 기계조합 역시 현재 기준으로는 공동상표 구성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조달청이 요구하는 기술(품질)인증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이미 관련법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한데 굳이 영세기업을 끌어들여 공동 브랜드를 만들려 하겠느냐"며 "현행 기준이라면 정부가 최고 기술력을 갖춘 극소수 기업들하고만 거래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조합들은 지난 4일 조달청이 주관한 공청회를 보이콧하기도 했으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조만간 권태균 조달청장과 만나 중소업계의 입장을 전달하고 심사기준 완화를 공식 요청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열린 공청회에서 제기된 각계 의견을 반영해 부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면서도 "기술력을 갖춘 컨소시엄을 성사시키는 것은 기업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최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네 슈퍼마켓 등 중소업계의 공동 브랜드 육성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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