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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책 앞섰지만 시장·기술 뒷받침돼야"

주요국 상무관 '선진국 녹색성장 정책' 좌담<br>美·EU등 고용창출 위해 녹색성장 적극 나서<br>선진국과 기술협력·기업 육성등 서두르길

선진국 상무관들이 선진국의 녹색성장 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들은 정책적으로 앞서가는 만큼 시장과 기술도 뒷받침돼야 녹색성장 분야에서 뒤집히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김기준(왼쪽부터) 주OECD한국대표부 상무관, 이인호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참사관), 박원주 주일 한국대사관 상무관(참사관), 전윤종 주벨기에·유럽연합 대사관 상무관. /김동호기자

"우리나라가 정책적으로 녹색성장을 선도하는 것은 모든 국가들이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시장과 기술이 함께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결국 따라잡히게 될 것입니다. 눈치를 보다 언제든지 치고 나올 수 있는 쇼트트랙 경기와도 같습니다. 한국은 이제 첫 바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을 뿐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바람이 뜨겁게 불고 있다. 미국ㆍ유럽연합(EU)ㆍ일본 등 선진국들은 녹색성장을 통해 위기 이후 신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추구한다. 서울경제신문은 선진국의 녹색성장 정책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찾고자 2010년 상무관회의 참석차 귀국한 선진국 상무관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우리 기업들이 기술을 시장에서 구현하는 능력이 뛰어난 점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선진국과의 기술 협력 및 교류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인호 상무관=녹색성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조하는 어젠다이다. 클린에너지ㆍ전기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주된 메시지다. 녹색성장이 민간산업의 성장과 고용으로 완결된다는 점에서 굉장히 현실적이다. ▲전윤종 상무관=유럽 의회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용정책을 목표로 하는 '유럽 2020전략'을 마련하면서 녹색성장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기후, 에너지, 경쟁력 제고 등의 3대 정책 영역에 대해 10대 과제를 선정했고 이달 말에는 세부 액션 프로그램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은데 실제 회의 때 한국을 예로 들어 토론하기도 했다. ▲김기준 상무관=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기후변화 대응 및 녹색 일자리 창출 등의 주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녹색성장 추진전략 5개년 계획'과 유사한 보고서를 작성했다. OECD에서도 한국을 모범국가로 여기고 있는데 의무감축국이 아니면서도 가장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OECD 회원국들은 기존에는 '녹색'에 관심이 많았으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 다 같이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주 상무관=각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녹색성장은 시장 초기인 만큼 정부의 지원이 대규모로 이뤄지는 것 같다. 녹색성장과 관련된 에너지기술은 첨단기술이어서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국내시장만으로는 좁기 때문에 미국ㆍ일본 등의 시장이 열릴 때 같이 참여해야 한다. ▲김 상무관=그렇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ㆍ일본ㆍ호주 등 주요국이 갖는 공통점은 녹색성장과 관련해 발전차익 지원제도 등과 같은 각종 보조금제도로 시장을 많이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이를 통해 보급을 확대한다는 모토다. ▲전 상무관=EU의 경우 풍력ㆍ태양력ㆍ바이오에너지 등 6대 에너지기술에 대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중 특이한 것은 연료전지가 빠진 점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연료전지는 상업화가 멀지 않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할 만한 리스크가 큰 기술들로 선별했다고 한다. 우리도 관련 산업을 지원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이 상무관=한국도 각국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ㆍ기업ㆍ연구소 등 각 부문마다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 미국은 녹색성장을 위해 8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주정부 차원에서는 한번에 큰 돈이 주어져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도 많다.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에너지정책에 차이가 있어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일리노이주와 스마트그리드 분야 협력을 맺은 것은 이를 잘 활용한 사례다. 그들은 테스트베드가 없다는 고민을 해결하고 우리는 관련 기술을 얻는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가스하이드레이트ㆍ스마트그리드 등의 연구개발(R&D) 분야는 미국이 워낙 앞서 있으니 우리 연구소와도 잘 매칭해야 한다. ▲박 상무관=우리가 슬로건을 내걸고 앞장서고 있지만 실제 기술적ㆍ상업적 우위는 선진국들이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바람이 불어올 때 같이 타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선진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일본에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한 중소기업은 일본 대기업과 손잡고 홋카이도부터 전국 주유소에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격과 신뢰성을 무기로 우리 기업들도 녹색시장이 형성돼 있는 국가에 진출해야 한다. ▲김 상무관=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 분야도 중요하다. OECD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CO2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3개로 나눴을 때 에너지 이용 효율이 43%로 가장 높았다. 단위기술로 치면 CO2 포집ㆍ저장기술인 CCS가 19%로 컸다. OECD는 이러한 녹색지표를 개발하고 녹색성장 전략 보고서도 마련하고 있다. ▲이 상무관=미국도 수요관리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CO2 감축목표가 굉장히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일부 의구심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사용자의 인식 전환도 요구된다. 미국은 건물에 대해 사용평가를 한 뒤 탄소 제로 배출 건물을 지정한다. 그런데 여기에 지정돼도 아무런 인센티브는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그 시장가치를 인정해줄 뿐이다.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과 도덕성이 결합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다. ▲전 상무관=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다. EU는 사람들의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학교 및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또 앞으로 냉장고ㆍ세탁기뿐 아니라 에너지와 관계된 모든 제품들, 이를테면 수도꼭지와 창틀에도 에너지등급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최근 개최한 에너지 포럼에서는 스마트그리드기술을 통해 집집마다 세탁기를 사용하는 시간을 나눠주는 방안도 논의됐다. ▲박 상무관=마지막으로 서둘러 녹색시장을 만들고 관련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녹색성장을 정책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은 평가할 만한데 시장과 기술의 백업 없이 '정치적 어젠다'에 그친다면 뒤에 탄탄하게 들어오는 국가에 뒤질 수밖에 없다. 가까이 일본만 놓고 보더라도 이미 에너지 절약기기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전 상무관=EU는 스마트그리드ㆍ태양광 등을 주요 이슈로 뽑아 기술도 앞서 있고 시장도 크다. 특히 이들은 한국이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한국 기업들은 기술을 시장에 옮겨주는 이노베이션이 뛰어나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를 적극 활용해 상호 R&D 프로그램 참여 등과 같은 공동연구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다. 참석자 : 이인호 주미 한국대사관 상무관(참사관), 박원주 주일 한국대사관 상무관(참사관), 전윤종 주벨기에ㆍ유럽연합 대사관 상무관, 김기준 주OECD한국대표부 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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