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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여건 좋은 해외로 가자"

셀트리온·영원무역 등 유럽·아시아 금융시장서 채권 발행


국내 주식ㆍ채권 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자 일부 상장사들이 보다 좋은 조건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금융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국내보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이 오히려 한국기업들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며 해외 금융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은 전날 의약품 개발 등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유럽과 아시아 등 해외금융시장에서 3,264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이 국내외 금융시장을 통틀어 CB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식전환가액은 27일 종가(2만8,300원)에 25%의 프리미엄이 붙은 3만5,375원으로 결정됐다. 만기일은 2018년 3월 27일이며 표면 이자율은 연 2.75%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에 발행되는 CB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며 2014년 9월27일부터 2018년 3월 16일까지 주식전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CB발행에 나선 셀트리온이 해외 시장을 택한 것은 국내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국내 회사채 시장이 다소 위축되면서 5년 만기의 사채를 연 2%대의 금리로 발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반면 해외 투자자들은 셀트리온의 항체 바이오 부문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어 5년만기 CB를 아주 좋은 조건에 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도 최근 해외주식예탁증권(GDR)발행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금 조달을 마쳤다. 영원무역은 방글라데시ㆍ 베트남 등 해외 생산공장 확장과 국내 소재 연구ㆍ개발(R&D)센터 건립을 위해 지난 달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3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국내 기업이 GDR을 발행한 것은 지난 2011년 태양광 기업 OCI 이후 2년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1월 28일~30일간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문전성시를 이뤄 목표했던 1,230억원을 무난히 조달했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유상증자가 보통 주가에 악재로 인식돼 기존 종가보다 20~30%할인돼 신주가 발행되는 게 보통”이라며 “하지만 GDR을 발행하면 국내 기업에 대한 프리미엄이 작용해 할인율이 크게 떨어지고 주가 희석 리스크도 크게 줄어 기업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원무역이 발행한 GDR의 할인율은 전날 종가대비 2.6%수준에 불과했으며 유상증자로 발행된 신주가 14일 한국거래소와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됐지만 영원무역의 주가는 이후 되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투자자들이 영원무역의 아웃도어, 스포츠 캐주얼 부분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며 수급을 꾸준히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도 1월에 롯데하이마트 보유지분 354만주(14.99%)을 기초자산으로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해 3,212억원을 조달했다. 흥미로운 것은 롯데쇼핑이 발행한 EB의 쿠폰 수익률이 제로(0%) 금리라는 점이다. 해외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EB를 보유하고 있어도 이자 한 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교환가액이 9만780원으로 결정돼 현재 주가보다 30% 이상 올라야 주식교환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해외투자자들이 하이마트 인수로 덩치가 커진 롯데쇼핑의 성장성을 높이 평가하고 제로 쿠폰의 EB에 투자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해외금융시장에서 보다 적은 비용으로 현금조달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앞으로 해외금융시장을 적극적으로 노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상장사 IR담당자는 “증시 침체와 회사채 시장 양극화로 오히려 해외투자자들보다 국내투자자들 사이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해외투자자들은 국내 업체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기업들도 보다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앞으로 상장사들이 해외금융시장을 보다 활발하게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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