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당국이 가을장마를 앞두고 고추 가격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예상보다 기상 여건이 좋지 않을 경우 '고추발 농산물 가격 급등'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고추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을 주도, 추석 물가는 물론 김장 물가까지 줄인상이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22일 "폭염 영향으로 최근 물가가 오른 상추 등 엽채류의 경우 조만간 가격이 다시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고추는 지난해 오른 가격이 아직도 내리지 않고 있다"며 "최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 12만명을 농촌에 투입하기로 한 건 다른 작물보다 고추 수확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고추는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작물로 농가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동력 부족으로 재배 면적이 계속 감소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1년 7만736㏊이던 고추 재배 면적은 2011년 4만2,574㏊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탄저병 등 병충해 피해가 커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급등, 농식품발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특히 건고추의 경우 일조량에 따라 생산량이 좌우되기 때문에 장마가 길 경우 생산량 급감으로 직결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고추 도매 가격은 2010년 1만3,801원에서 2011년 2만2,348원으로 1년 만에 61.9%나 급등했다.
정부가 특별히 고추 작황을 예의 주시하는 것은 고추가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농작물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고춧가루(0.18%)와 풋고추(0.08%)는 배추(0.17%), 무(0.11%), 시금치(0.05%), 상추(0.04%) 등과 비교해도 물가 영향력이 크다.
고추는 다른 농산품과 달리 수입 물량으로 대체하기도 쉽지 않다. 국산 고추를 선호하고 김장에는 국산 고춧가루만 사용하는 한국인 고유의 특성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추석에 앞서 수입 고추 관세가 인하됐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다행히 가격 상승에 따른 기대 심리에 힘입어 지난해 고추 재배 면적은 4만5,459㏊로 전년 대비 6.8% 증가한 상태다. 재정부 관계자는 "봉사명령 대상자들과 농업 부문의 외국인 근로자 쿼터를 확대해 노동력을 제때 보충할 경우 고추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상 여건만 뒷받침된다면 농산물발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 부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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