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과일 이용 '바이오 연료' 개발 한창<br>보잉등 탄소배출 줄인 대체연료 시험비행 잇달아<br>항공기 착륙 방법은 직선으로 바꿔 효율성 높여<br>환경오염 적으면서 속도 빠른 여객기도 개발중
|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는 항공기에서도 발생된다. 앞으로 몇 년 내에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하늘은 인간의 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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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여객기는 착륙을 위해 빙빙 돌면서 고도를 낮춰가지만[A] 앞으로는 활공 상태에서 곧장 착륙[B]하는 것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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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가 비단 지상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교통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중 10%가 항공기에서 나온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과 항공 엔지니어들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바이오연료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연료 효율을 극대화해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안, 환경과 속도 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항공기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항공 교통이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점을 감안, 지나친 규제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내에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하늘은 점점 인간의 적(敵)으로 변해 갈 것이다.
미 연방항공청은 앞으로 10년 내 여객기 이용자가 2배로 늘고, 2025년에는 3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또한 에어버스는 지난 2005년 1만2,676대였던 여객기 취역대수가 오는 2025년에는 2만7,307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객기 이용자가 늘고 이에 따라 여객기 취역대수 역시 늘어난다는 것은 곧 항공유의 소비는 물론 온실가스의 증가를 의미한다.
지난해 11월 유럽연방의회는 유럽 내에 노선을 가진 모든 항공사를 탄소 배출권 거래 계획에 포함시키는 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2011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현재보다 10% 낮추지 않으면 탄소 배출권을 강제로 구입해야 한다.
조만간 미국에서도 이 같은 내용의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항공업계는 어떻게 하든 탄소를 덜 배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에 접어들게 됐다.
#탄소 배출 적은 바이오연료 개발
통상 제트A로 불리는 기존의 항공유는 취급이 안전하고, 연료를 흘려도 불이 붙지 않는다. 또한 어는점이 대단히 낮아 영하 40℃ 이하로 떨어지는 고도에서도 끄떡없다.
이와 함께 제트A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많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이는 동체가 아닌 날개에 연료를 저장, 승객과 화물이 들어갈 공간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제트A도 온실가스 배출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는 없다. 실제 항공유 1파운드를 연소시키면 그의 3배에 해당하는 탄소가 대기권 상층부로 날아간다. 더욱 나쁜 소식도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행기구름(airplane contrails)에 들어있는 물방울은 배기가스 내 탄소산화물의 온실효과를 3~4배나 높인다. 반면 바이오연료의 원료가 되는 식물들은 성장하면서 탄소를 소모하기 때문에 항공유로 만들어 사용할 경우 탄소를 덜 발생시킨다.
지난 24일 영국의 항공회사인 버진 애틀랜틱과 보잉, 그리고 제너럴 일렉트릭은 상업용 항공기로는 처음으로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보잉 747 점보제트의 4개 연료탱크 중 하나에 코코넛 오일과 야자 오일을 섞어 만든 바이오연료를 채운 뒤 비행에 나선 것.
이번 시험비행에서는 80%의 제트A와 20%의 바이오연료를 혼합해 투입했는데, 앞으로 10년 후에는 바이오연료의 혼합 비율을 50%로 높이는 것이 이들 회사의 목표다. 이와 별도로 보잉은 올 하반기 에어 뉴질랜드항공, 롤스로이스 등과 함께 조류(藻類)를 원료로 한 바이오연료의 시험비행에 나설 계획이다.
#환경친화적인 항공교통시스템
연료비용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 또한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항공기의 비행 방법을 바꾸는 것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항공기도 교통체증이 일어나거나 날씨가 좋지 않을 경우 선회비행을 하거나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낮아진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넥스트젠(NextGen)이라는 차세대 항공교통시스템을 도입, 새로운 비행 패턴을 적용하고 있다.
넥스트젠의 일차적 목표 중 하나는 항공기 착륙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다. 현재는 항공기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착륙을 할 때 속도를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연료를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정교한 컴퓨터 모델을 사용하면 항공기 착륙 순서를 세밀하게 조정해 각 항공기가 거의 연료를 소모하지 않고 활공 상태에서 열을 지어 쉼 없이 착륙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항공기가 공항에 착륙할 때 평균 378ℓ의 연료를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모의실험 결과 나타났다.
순항고도에서의 항공기간 수직 분리 고도를 기존 600m에서 300m로 단축한 것도 넥스트젠 덕분이다. 수직 분리 고도가 단축되면 바람의 영향이 없는 고고도에서 더 많은 항공기가 비행을 할 수 있게 돼 연료가 절약된다.
#환경과 속도 두 마리 토끼 잡기
보잉 787 드림라이너는 사상 최고의 연료 효율을 자랑한다. 기체의 절반(무게 기준)이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강한 복합소재로 돼 있기 때문이다.
당초 보잉은 787 드림라이너가 아닌 음속에 가까운 빠른 여객기를 제작할 계획이었다. 바로 콩코드처럼 생긴 '소닉 크루저(Sonic Cruiser)'다. 소닉 크루저는 사용하는 연료의 양은 같으면서도 일반 여객기보다 속도가 20%나 빠르며, 이로 인해 대서양 횡단 비행시간을 1~2시간 이상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9.11 테러가 항공업계를 강타하면서 이 같은 설계 개념은 폐기됐다. 여행객들이 항공기 이용을 기피하면서 이후 3년간 항공업계는 25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이 와중에 연료가격이 급상승해 연료 효율이 우선시됐고, 이에 따라 고속 여객기 설계에 사용됐던 기술이 787 드림라이너 개발에 적용된 것이다.
그렇다고 항공업계가 속도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리액션 엔진사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여객기 A2는 승객 300명을 싣고 마하 5(시속 5,470km)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정도의 속도면 브뤼셀에서 시드니까지 4시간이면 날아갈 수 있다. 특히 A2는 수소연료로 날기 때문에 수증기와 극소량의 아산화질소만을 배출한다. 결국 첨단기술이 적용되면 환경과 속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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