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과 로봇 때문에 현재 일자리의 16~47%가 사라진다는 연구가 있다. 단순한 기사는 이미 기자가 아닌 로봇이 쓴다고 한다. 신기술 시대에 임금 근로자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창의적인 분야나 서비스 분야, 그리고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다. 이처럼 인적자본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자본을 통해 불확실성을 회피하는 것도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자본의 수익성은 오랜 기간에 걸쳐 입증됐다. 제러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로 대표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산 중에서 주식의 장기 투자 수익률이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21세기 자본론'에서 역사적으로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노동으로 돈을 버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정의했다. 노동과 자본 중에서 자본의 수익률이 크다는 것을 밝혔다. 피케티 교수는 소득 불평등 심화의 원인을 밝히는 과정에서 이를 증명했지만 뒤집어 말하면 소득 불평등 대열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유망한 혁신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면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사회의 혁신이 급격히 진전돼 본인의 임금이 낮아지거나 일자리가 불확실해질 때도 이미 투자해 놓은 혁신자본의 수익은 높아지기 때문에 손실을 상쇄할 수 있다. 사회가 예상보다 덜 혁신적으로 변하면 주식 수익은 기대에 못 미칠 것이지만 일자리의 안정성이 유지돼 전체적인 현금흐름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러한 전략을 용이하게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이다. 연금은 개인이 축적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기 금융자산이다. 하지만 한국의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는 시대 변화에 맞지 않다. 퇴직연금의 경우 90% 이상이 원리금 보장 상품이다. 이런 포트폴리오는 임금 근로자의 불확실성을 보호해주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혁신의 시대에 사적 연금 포트폴리오는 주식자본의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 특히 최소 20~30년 동안 연금을 적립해야 하는 청년층에 더욱 절실하다. 다만 주식을 보유하되 국내에 편중된 자산을 해외로 대폭 분산해야 한다.
신기술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근로자는 금융자산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을 가질 뿐 혁신자본은 소유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도 국내 자산이 대부분을 차지해 글로벌 자산의 비중이 매우 낮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는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자산에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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