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ㆍLG필립스LCD는 줄이고 현대차ㆍ포스코는 더 늘리고’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올해 경영청사진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별로 극명하게 투자전략이 엇갈려 재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 공격경영의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일부 전자업체들은 오히려 안정 위주의 경영전략을 선언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13일 기업설명회를 통해 올해 ▦반도체 5조6,300억원 ▦LCD 2조3,700억원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보다 8% 줄어든 9조2,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이는 지난해보다 1조원 정도 축소된 것으로, 해마다 설비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던 점을 감안할 때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주우식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여왔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설비투자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지난 해보다 줄여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측은 또 이익을 중시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LG필립스LCD 역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대형 액정표시장치(LCD)TV 등 생산설비 투자에 작년보다 1,900억원 가량 감소한 4조2,3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들 전자업체는 8세대 투자일정 등 올해 구체적인 설비투자계획의 집행여부를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에 3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시설부문에 5조2,40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보다 무려 29.6%나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 투자규모다. 이중 자동차 부문에 투입될 설비투자만 5조5,9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의 한 관계자는 “올해 미국 공장 가동과 인도ㆍ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 등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 확충에 주력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며 “자동차 수출도 호조가 예상되는 만큼 설비투자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도 연말까지 지난해보다 5.4% 늘어난 3조9,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공격 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중국의 과잉 설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략제품 투자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포스코의 한 관계자는 “설비투자 대상은 국내 공장의 제품 고도화 전략과 파이넥스 신설 등 생산능력 증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이밖에 GS그룹은 에너지 설비 증설 등을 겨냥해 지난해 보다 122% 늘어난 2조원을 투자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대기업들은 대체로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감한 선행투자에 나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전자업계의 경우 올해 시황전망이 아직 불투명해 선뜻 투자에 나서기를 꺼리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