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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은 사적연금 역할 강화로 공적연금의 한계를 보완했다.
미국과 영국의 연금에 의한 소득대체율은 각각 78.8%, 70.0%(2012년 기준)에 이르는데 이는 개인연금 활성화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은 공적연금에 의한 소득대체율이 38.7%로 한국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음에도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을 통해 40.1%의 소득을 대체해 전체 78.8%까지 끌어 올릴 수 있었다. 이들 국가의 개인연금 활성화에는 세제혜택이라는 정책적 지원이 바탕이 됐다.
미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적연금인 개인퇴직계좌(IRA)와 퇴직연금의 세제혜택을 확대했다. 기존 연 4만달러(또는 연봉의 100% 중 적은 금액)인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지원 한도를 지난 2012년부터 4만9,000달러로 확대했다. 근로자들의 추가 납입 금액도 1만1,000달러에서 1만6,500달러로 높였다.
영국도 개인연금의 경우 납입금 1파운드당 0.25파운드를 정부가 보조해준다. 최종 납입된 1.25파운드 중 소득세 기초율에 해당하는 20%가 자동으로 면세돼 납입금에 추가되는 방식이다. 은퇴할 때는 총 적립금액의 25%를 일시불로 비과세 인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영국은 특히 국가이층연금(S2P)을 오는 2030년까지 정액 연금화하는 등 공적연금 기능을 기본적 노후소득수단으로 축소하고 자동가입 개인계좌 기업연금제도(NEST)를 통해 준강제적인 사적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독일은 공적연금 역할을 축소하고 세제혜택과 결부한 리스터 연금 도입 등 사적연금 역할을 강화했다. 2001년 연금개혁에서 도입된 리스터 연금은 독일의 공적연금이 노사 균등부담 및 소득비례 원칙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보험인 데 반해 정부의 보조금 지원과 세제지원이 이뤄지는 인증제 개인연금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리스터 연금은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납부하지만 정부 보조금은 정책으로 지급돼 가입자의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 지원규모가 더 커지고 가족 수가 많을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제도 시행 첫해인 2002년 총 가입자 수는 340만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현재 공적연금 가입자 수 3,537만명의 42%에 해당하는 1,550만명이 가입할 정도로 성장했다.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사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제 역할을 하려면 보조금 지급을 포함한 정부의 적극적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도 개혁 방향은 이들과 비슷하다. 일본은 고령화에 따른 공적연금 재정악화로 공적연금 급부를 인하하고 지급 개시 연령도 높이는 쪽으로 공적연금을 개혁하고 있다.
반면 공적연금 보완조치로 개인연금 가입자에 대한 세제확대, 취약계층을 위한 보조금 지급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1992년 퇴직연금제 도입으로 연금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전까지 임의 가입이었던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개인연금도 퇴직연금에 통합해 강력한 세제혜택을 부여했다. 그 결과 호주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92년 200억호주달러에도 못 미쳤지만 2012년에는 1조4,000억호주달러(약 1,500조원)로 급성장했다.
이태열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노후보장과 금융산업 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선진국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연금 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이 많이 부족하다"며 "세제혜택 등을 통해 연금상품에 대한 가입 유인을 높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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