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통화·원자재 등 시장상황 맞게 투자비중 조절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펀드 설정이후 수익률 40% 달해
운용사 긴호흡으로 상품 운영… 투자자도 장기적 접근 필요
사회초년생인 A씨는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 가입을 결심하고 평소 관심 있던 해외펀드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찾아봤다. 투자 국가만 선택하면 될 줄 알았던 A씨는 국가는 물론 주식형, 채권형, 주식 및 채권 혼합형, 가치주, 부동산, 원자재 등 너무나도 다양한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사회초년생이라 투자할 자금이 많지 않은 A씨의 고민은 커져갔다. A씨는 결국 증권사를 찾아가기로 했다. 증권사 직원은 '블랙록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를 추천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및 신흥시장 등 전 세계 40여개국, 700여 종목, 30여 통화 등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적은 투자금으로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이 상품을 접하고 나서야 A씨의 고민은 사라졌다. 분산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줄 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투자 전문가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알아서 자산 배분을 조정해 주기 때문에 개인 자산을 관리받는 느낌마저 들었다.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수익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자산배분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식, 채권 등 어느 한쪽만 투자하던 전통적인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주식은 물론 일반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하이일드 및 해외 리츠까지 광범위하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높인 자산배분펀드로 중장기적인 투자계획을 세워보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투자를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격언으로 너무나 흔한 말이 됐지만 여전히 가장 중요한 투자철학이다. 다만 문제는 일상에 바쁜 사람들이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하기에는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이 바로 자산배분펀드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전략이 각광받으면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자산배분펀드는 한 개의 상품에 한 개 이상의 투자자산을 포함해 운용한다. 시장, 자산, 종목에 대한 펀드매니저의 판단에 따라 운용된다. 각기 다른 특성의 펀드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 보다 시장 상황에 빨리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나의 상품에 여러 자산을 담을 수 있다는 비슷한 개념의 상품으로 멀티에셋펀드가 있다. 하지만 멀티에셋펀드는 보통 주식과 채권 등 투자자산의 비중이 사전에 정해져 있다. 자산의 투자비중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자산배분펀드와는 크게 다른 것이다.
현재 국내에는 187개(클래스S 포함)의 자산배분펀드가 판매되고 있다. 대표주자는 '블랙록글로벌자산배분 펀드(주식혼합-재간접)'다. 현재 설정액이 3,000억원을 넘어섰고, 수익률 또한 설정 이후 40%에 달할 정도로 우수하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북미주식 31%, 유럽주식 14.8%, 북미 채권 10.1%, 일본 주식 8.4%, 유럽채권 3.6%를 편입하고 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골고루 분산 투자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 미국 다이나믹 자산배분펀드'도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형 펀드다. 미국 주식과 채권에 각각 40%씩 투자하고 나머지는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비중을 조절한다. 주식은 시가총액 50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주에 70%,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의 중대형주에 20%를 투자한다. 삼성 미국 다이나믹 자산배분펀드는 지난해 연말 주식시장 랠리가 이어지자 주식비중을 큰 폭으로 줄여 주가 조정에 대비했고, 올해 2월 조정장세가 끝나고 상승세로 돌아서자 다시 주식비중을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한국투자 글로벌타겟리턴 증권펀드(주식혼합-재간접)'도 전통적 투자자산인 주식·채권형 펀드들과는 달리 전 세계 주식, 채권, 통화, 원자재, 리츠 등 상호 상관관계가 낮은 투자자산을 한 펀드에 담는다. 변동성은 줄이고, 꾸준한 수익을 추구한다.
배현의 한국투자신탁운용 AI운용본부 팀장은 "글로벌타겟리턴펀드는 사전에 위험요소를 줄인 포트폴리오로 세부 자산군을 선택하고, 비중을 조절하면서 성과를 높여 나간다"며 "특히 투자대상은 글로벌 자산이지만, 수익성과 안정성은 국내 투자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계한 국내 투자자 맞춤형 펀드"라고 설명했다.
'KTB액티브자산배분펀드'도 주식 및 채권의 편입비중 조절이 자유로운 자산배분형 펀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활용해 계단식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면서 주식 편입비중을 유동적으로 조절한다.
자산배분펀드와 비슷한 성격의 멀티에셋펀드도 주목할 만하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25개의 멀티에셋펀드가 운용되고 있다.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6.3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0.49%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멀티에셋펀드 중에서는 설정 이후 17.85%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미래에셋글로벌인컴증권자투자신탁1호(채권혼합)'을 주목할 만 하다. 안정적인 인컴을 제공하는 자산 (채권, 배당주, 리츠 등)에 주로 투자하고 기타 원자재, FX 등 다양한 자산의 투자기회를 활용해 추가 수익을 추구한다.
최근 피델리티자산운용도 '피델리티 글로벌 멀티에셋 인컴펀드'를 출시했다.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는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에 유용하게 대철 할 수 있는 상품이 멀티에셋펀드"라며 "경기사이클 및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자산배분 전략을 통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산배분펀드는 각 상품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하기 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에 집중하는 자산배분펀드라 해도 투자자산 범위와 지역에 따라 상품 색깔이 달라진다"며 "자산배분펀드를 운용하는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긴 호흡으로 상품을 운영하기 때문에 투자자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제대로 된 자산배분펀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산배분형 랩'도 투자대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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