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사 통해 본 유토피아의 꿈 이불 개인전 내달 16일까지 장선화 기자 india@sed.co.kr 199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 싸구려 인조 장식물과 막 잡은 생선으로 만든 설치 조각작품이 변질되면서 심한 악취를 풍겼다. 관람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미술관측은 작품을 치워버렸다. 개념미술이 성황을 이루던 당시 이 작품을 두고 현대 미술의 중심가인 뉴욕 미술계에서는 어디까지가 예술인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작품을 만든 한국 작가 이불(44)이 세계 미술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순간이다. 홍익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그는 당시 개인전을 계기로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작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작가 이불은 최근 스페인 살라망카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마쳤으며, 9월에는 이스탄불 비엔날레, 10월엔 파리 타다우스 로팍 갤러리 개인전 그리고 11월엔 파리 카르티에 재단 미술관의 개인전 등 올해 스케줄이 꽉 차 있다. 세계 미술계에 우뚝 선 그녀가 올 하반기 전시를 시작하기에 앞서 종로구 화동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한다. 전시에는 카르티에 미술관에 전시할 대형 조각의 모형과 평면작품 등을 선보인다. 세계 무대에 소개될 그녀의 최근작은 근대에서 현대로 바뀌면서 인간의 유토피아로 향하는 꿈이 좌절되는 현장을 녹였다. 미래를 향한 인간의 꿈이 현실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담았던 과거 사이보그 연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는 "사이보그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자 하는 인류의 꿈을 담았다면, 이번 전시에는 한국 근대사와 유토피아를 향한 인간의 꿈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카르티에 전시에서 길이가 8m에 달할 대형 욕조를 축소한 모형에는 '천지'라는 제목이 붙었다. 우리 근대사에서 욕조는 공권력의 물고문을 연상시킨다. 빙산 덩어리와 크리스털이 만난 작품도 있다. 녹아서 안이 보일 듯 말듯 한 빙산 안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형상이 들어있다. 전시는 5월 16일까지. 입력시간 : 2007/04/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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