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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여명 가입 과학기술인공제회 1조대 '깜깜이 투자'

높아진 급여율 달성 위해 부동산 자산 투자 늘리고

공정가치평가 '나몰라라'

정부 출연금 받으면서 리스크 관리조차 안해

"국민세금 낭비" 지적도


과학기술인의 생활안정 및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과학기술인공제회가 1조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위험(리스크) 관리조차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깜깜이 투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이 21일 과학기술인공제회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전체 운용액 2조6,356억원 중 43.6%인 1조1,678억원이 국내외 75개 부동산(사회간접자본 포함) 자산에 투입됐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2010년 1,296억원에 불과했던 부동산 투자 금액을 매년 2,000억원 이상씩 늘리면서 자산 규모를 5년 만에 1조원대로 만들었다. 과학기술인공제회의 부동산 투자 비중은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6개 공제회(과학기술인·교직원·군인·경찰·행정·소방) 중에서 두 번째로 높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자산에 대한 투자 금액을 급속도로 늘린 것은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기에 빠져 있는데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일반 금융투자상품 투자만으로는 급여율(공제회 회원들에게 약속한 연금 지급률)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기술인공제회 전체 회원 4만1,374명 중 3만2,921명(80%)이 가입한 적립형 공제급여 사업의 보장 급여율은 연 5.5%에 달한다. 이는 군인공제회(5.4%), 경찰공제회(5.3%), 교직원공제회(5.15%) 등 다른 곳의 급여율과 비교해봐도 높은 수치다.

문제는 과학기술인공제회가 1조원이 넘는 부동산 투자 자산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를 정기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평가액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과 달리 부동산 자산의 현재 시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감정평가사 등의 외부 기관을 통해야 한다. 한 대형 공제회의 관계자는 "집주인이 월세를 놓고 돈을 벌고 있지만 정작 본인의 집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또는 얼마나 올랐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며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형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부동산 자산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위탁운용사(GP)를 통해 일부에 대해서는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위탁운용사의 입장에서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기준가격이 기존보다 낮아질 경우 그에 비례해 낮은 보수를 받는 만큼 객관적인 평가 결과를 내놓기가 어렵다. 위탁운용사가 공제회 등 연기금(LP)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 탓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단순히 위탁운용사들이 연기금과 별다른 계약·규정 없이 알아서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임의적인 평가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연금의 한 고위관계자도 "연기금이 직접 외부 기관을 통해 자산의 가치를 확인한 뒤 위탁운용사가 내놓은 결과와 비교하는 게 가장 객관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공정가치 평가를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언급한 비용 문제 역시 1조원대에 이르는 부동산 자산 규모와 감정평가액 대비 0.02~0.05% 정도에 불과한 수수료율 등을 감안하면 과하지 않다는 게 연기금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국민연금·공무원연금을 비롯해 교직원공제회·경찰공제회·행정공제회 등은 1년에 한 번꼴로 부동산 자산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손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류 의원은 "과학기술인공제회에는 이미 2,000억원 규모의 정부 및 공공기관의 출연기금이 투입돼 있고 경우에 따라 법령에 근거해 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 자산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정기적인 공정가치 평가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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