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저금리 속에 장·단기 정기예금 간의 금리 차이도 실종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층 목돈마련의 한 축을 담당했던 2~3년 장기 정기예금이 사실상 사라져가고 있다. 은행에서 목돈을 안정적으로 묶어놓고 2~3년을 기다려도 실질적으로 연 2% 이상의 금리를 받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보니 고객이 상품을 찾지도 않고 은행도 상품을 만들어 팔지 않는다. 그나마 금리를 조금 더 얹어준다는 저축은행 역시 1년 만기와 2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차이가 0.10% 내외에 불과해 돈을 1년 이상 묶어놓을 유인이 없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이미 1%대로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2~3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 역시 동반 하락하면서 1년 초과 장기 예금에 대한 금리 인센티브는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2~3년 만기의 장기 예금 상품은 아예 영업점 창구에서 회수하고 있다.
실제 신한은행의 대표상품 중 하나인 'u드림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1년 만기 1.90%, 3년 만기 2.15%로 금리 차이가 0.25%에 불과하다.
1,000만원을 예치했을 때 1년간 발생하는 이자가 세금(15.4%)을 제하고 나면 1년 만기는 16만740원, 3년 만기는 18만1,890원(3년에 54만5,670원)이다. 연 이자 수익 차이가 2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니 돈을 묶어놓는 의미가 거의 없는 셈이다.
아직 2%대 정기예금 금리를 유지 중인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대표상품인 '국민슈퍼정기예금'의 금리가 1년 만기는 2.0%, 3년 만기는 2.3%로 0.3% 차이에 불과하다. 세금을 제하고 나면 3년을 묶어놓아도 실질적으로 2%의 이자도 받아가지 못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아예 1년 초과 정기예금 상품을 찾아보기도 힘들다.
대표상품인 '우리유후정기예금' '우리사랑나누미예금' 등이 모두 1년 만기 예금으로만 설계돼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규 정기예금의 90% 이상이 1년 만기라고 보면 된다"며 "고객들의 수요가 거의 없다 보니 상품 자체를 지난해부터 1년 만기로만 설계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2~3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실종을 가져오게 한 원인이다. 기준금리의 바닥이 보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고객들이 철저히 1년 단위로만 목돈을 운용하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그나마 금리를 더 주는 저축은행 역시 1년 초과로 정기예금 상품을 가입할 의미가 거의 없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대형 저축은행들이 지난해 말 이후 정기예금 금리를 2%대로 모두 낮췄고 1년 만기 금리(2.60%)와 2년 만기 금리(2.70%) 차이도 0.10%에 불과하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면 2~3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더 줄 수도 있지만 당분간 저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기간에 따른 정기예금 금리 차이가 거의 없다"며 "고객들도 금리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60% 이상이 1년짜리 정기예금에 가입한다. 특히 기간이 길면 중도 해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약정이율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한 1년짜리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신협의 경우 개별 조합별로 금리 차이가 있지만 서울권 대표 신협 중 하나인 대아신협의 경우 1년 만기 예금에 2.60%, 3년 만기에는 2.80%의 금리를 주고 있다. 다만 신협의 예금은 3,00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2.60% 금리가 비과세 혜택을 감안할 때 시중은행 기준 3.03%의 실효 수익률을 거둔다는 것이 신협 측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목돈의 운용수단으로 은행이나 저축은행에 의지하고 있지만 실질금리를 말해주면 실망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신다"며 "1년 초과 정기예금 상품의 의미가 고객에게나 은행에나 거의 없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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