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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좌초한 'VK호 선장' 이철상 사장
입력2006-07-07 12:48:18
수정
2006.07.07 12:48:18
모토로라, 노키아와 당당하게 경쟁하는 세계적인휴대전화업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접게 된 이철상(39) VK 사장은 주류 운동권 출신경영자라는 점에서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대 경제학과 87학번인 그는 91년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의장 권한대행으로 활동했다. 5년 간의 수배생활 중에서도 한총련 집행위원장(95년)을 맡을 정도로 대담해 `지존 철상'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졸업 후 민족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정책부장과 부대변인 등으로 활동한 그는 97년 전국연합을 나오면서 주변의 예상과 달리 경영전선에 뛰어들었다.
97년 9월 `바이어블 코리아'란 이름의 휴대전화 전지업체를 설립한 그는 중국산의 덤핑공세로 20달러를 넘던 2차전지 가격이 2달러대로 폭락하자 2001년 발 빠르게GSM(유럽통신방식) 휴대전화 제조로 사업 방향을 전환한다.
2002년 3월에는 중국의 휴대전화제조업체 `차브리지(Chabridge)'를 인수하면서 국내업체 최초로 중국 시장에서 GSM폰을 자체 브랜드로 판매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무렵 회사 이름을 VK로 바꿨다.
이런 발 빠른 사업 전환과 중국 업체 인수는 이철상 사장이 내린 최고의 결단으로 꼽힌다.
2003년 이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구조조정 광풍이 불어닥칠 때 주문자상표부착제조(OEM) 방식에 주력했던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맥슨텔레콤 등은 쓰러졌지만 자체 브랜드로 중국 시장을 공략한 VK는 고도 성장을 거듭했고, 절정기인 2004년에는 매출 3천800억원, 영업이익 230억원이라는 좋은 실적을 냈다.
이 사장은 300만대선인 휴대전화 생산 규모를 수년내로 2천만대로 확대할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고 재계는 그가 운동권의 이상을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을지에 이목을 집중했다. 하지만 성공 뒤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다.
작년부터 가격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 시장의 채산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 글로벌업체들의 저가공세 속에 밀어닥친 환율하락, 내수시장 침체의 여파는 순식간에 VK를 경영난 속으로 몰아 넣았다.
이 사장은 어려움 속에서도 "내년에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넘어 어닝 미러클을 보여주겠다"며 공격적인 경영을 멈추지 않았다.
100억여원을 들여 GSM 칩을 생산하는 프랑스 업체 웨이브컴의 칩 사업부문을 인수했고 모바일 게임 엔진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유럽을 돌며 수출선 다변화를 모색했지만 지난해에는 650억원의 순손실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고 지난 1.4분기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일 돌아오는 어음을 막아야 하는 처지 속에서도 이 사장은 지난 3월에는 주거래선인 SK텔레콤으롭터 100억원을 차입하고 6월에는 유상증자로 118억5천만원을 조달하는 등 막판 수완을 발휘했지만 대세를 돌이키지는 못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공장의 인력을 2천명에서 1천명으로, 국내 직원은 850여명에서 650여명으로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이달 초에는 비상경영체제 가동을 선언했지만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주류 운동권 출신인 이철상 사장이 평소에 "운동하던 시절의 이상을 경영에 접목시켜 나가겠다"고 말해왔지만 "세계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해 꿈을 접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돌아오는 어음을 막기에도 급급한 경영난 속에서도 유상증자를 강행해 결과적으로 개미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안긴 점도 도덕성에 흠결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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