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 명동PB센터 김재욱 팀장
"수익률 떨어지면 눈앞이 아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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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은행 강남 PB센터 최낙주 팀장
"고객 생일 등 모두 꿰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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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은행 여의도지점 강홍규 PB팀장
"자기계발로 멀티플레이어 돼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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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력 있는 고소득 상위계층에 판매전략을 집중하는 ‘부자마케팅’이 유행이다. 금융권에서 ‘부자마케팅’의 핵심은 프라이빗 뱅킹(Private Banking)이다. 프라이빗 뱅킹은 일정금액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을 대상으로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라 불리는 거래관리자가 주식ㆍ채권ㆍ부동산 등의 투자 상품 소개 상속에 대한 법무·세무 컨설팅 등 자산의 종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직업이지만 프라이빗 뱅킹의 꽃이라 불리는 프라이빗 전문가(PB)의 일상은 연중 24시간 무휴다. 이들의 하루는 극소수의 ‘VIP’ 고객들을 위해 채워져 있다. 신한은행 강남PB센터 최낙주(41) 팀장, 국민은행 명동PB센터 김재욱(43) 팀장, 하나은행 여의도지점 강홍규(43) PB팀장의 하루를 통해 PB들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최 팀장은 오전 4시 30분~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우선 경제신문과 TV뉴스를 들으며 세계시장 동향과 고객 관리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꼼꼼히 챙긴다. 이메일을 통해 들어온 각종 리서치 자료를 검토하고 인터넷을 통해 해외원자재 동향 등 각종 정보를 챙기는 것도 기본이다. 이 같은 준비는 김 팀장과 강 팀장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어 공부도 필수다. 해외 시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실력이 뒷받침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에 다닐 시간이 없는 김 팀장이 찾은 대안은 인터넷 강의다. 오전 5시 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영어 강의를 듣는다. 이어 간단히 요가를 하고 아침을 먹은 후 집을 나선다. 센터에 도착하는 시간은 어김없이 7시 30분.
그는 명동PB센터 3층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다시 일간지를 집어 든다.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면 등도 빠뜨리지 않는다.
오전 8시. 본격적인 업무의 시작이다. 어제 밤에 분석한 뉴욕 시황, 고객 자산운용 계획, 마케팅전략 등을 내놓고 센터장과 팀장 3명이 배석한 3층 회의실에서 각자의 자료를 공유한다.
9시 20분. 회의실에서 나오면 본사에서 작성한 일일 시장동향 자료가 나와있다. 이 자료로 미국과 유럽 증시가 한국 증시에 미칠 영향을 또 다시 분석한다.
하루 중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순간은 성적표를 받아볼 때다. “9시 40분쯤 되면 PB 개인별로 고객의 자산관리 수익률이 적시된 자료가 나와요. 수익률이 마이너스일 때는 가슴이 답답해져 오면서 눈앞이 아득해요. 그럴 땐 고객의 돈이 아니라 차라리 내 돈을 잃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라=같은 시각 서울 대치동 신한은행 강남 PB센터. 아침 일찍부터 고객을 맞을 준비를 단단히 한 최 팀장은 숨돌릴 틈도 없이 고객에게 전화를 돌린다. 통화 중간중간 고객의 생일ㆍ결혼기념일 등 경조사를 챙기는 일도 빠뜨리지 않는다. 최 팀장은 “제가 관리하는 고객 50분의 인적사항을 모두 꾀고 있다”며 “프라이빗 뱅커는 고객의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고객과 가족처럼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전 10시 10분. 기다리고 있는 고객과의 상담이다. 고객이 의뢰한 투자 포트폴리오는 내놓으며 상품구성을 논의한다. 이 투자제안서는 은행내 네트워크를 통해 주식전문가, 세무사, 부동산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어젯밤 잠을 줄이며 최종 완성했다.
20분 후 고객이 흡족한 얼굴로 나온다. 최 팀장이 제안한 상품구성을 받아들인 것이다. 은행 문밖까지 나가 고객을 배웅한 후 새로운 고객을 또 다시 만난다. 이렇게 만난 고객은 오전에만 3명.
시간은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오후 2시. 고객과 점심 식사를 위해 PB센터를 나선다. 특별한 약속에 없으면 사무실에 앉아 김밥이나 햄버거로 끼니를 때울 때도 많지만 고객 사정 때문에 점심약속을 늦춰 잡은 것이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고객의 질문에 답하고, 새로운 상품을 설명하다 보니 어느새 1시간 10분이 지났다.
사무실로 돌아 온후 밀린 자료를 검토한다. 국내 펀드와 해외펀드가 마감되는 오후 4시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다시 전화를 돌린다. 국내외 증시상황과 투자 현황을 고객에게 일일이 보고한다. 전화업무가 끝나는 저녁 7시부터 거래 관련 데이터를 정리하고 다음날 상담할 고객의 자료를 미리 정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된다.
그녀가 관리하는 자산은 총 2,700여억원. 증시가 떨어져 손실을 봤을 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최 팀장은 “어떤 땐 새벽에 깜짝깜짝 놀라며 자주 깨기도 한다”며 “오늘 하루 증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걱정도 되고, 고객들에게 좋은 투자 수익을 남겨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평범하다. “밤에 집에서 막내딸이랑 1시간 동안 책 읽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법이라는 그녀는 “너무 힘들 땐 사무실 책상 옆에 붙여놓은 두 딸의 사진을 봐요.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사무실 한 쪽 벽에 붙여 놓은 마틴루터킹 목사의 명연설문 ‘I have a dream’이 눈에 들어온다. 최 팀장의 꿈이 뭔지 궁금해졌다. 최 팀장은 “제 꿈이요. 10년 뒤 은퇴하면 평범한 가정주부로 돌아가는 게 제 꿈이다.”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캐나다에 유학간 큰 딸 다해(14)와 막내딸 다영(10)이에게 못다한 엄마노릇 다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땐 제 딸들이 다 커서 엄마랑 같이 안 놀려고 하면 어떻게 하죠”라고 말하는 최 팀장은 “그래도 50명의 고객과 함께 호흡하고 신뢰 받는 지금 이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면서 금세 밝아진 표정으로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건다.
◇성실함과 자기관리는 필수=PB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일까. 3명의 PB 모두 ‘성실’이라고 답한다. 방해받지 않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사전에 꼼꼼하고 치밀하게 업무를 준비해야 하는 일상은 성실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도 필수다.
하오 7시 30분. 상담과 자료분석 등 쉴 틈 없이 하루를 보낸 강 팀장은 다시 책상에 앉는다. 서랍을 뒤적이다 책을 한 권 꺼낸다. 저녁 약속이 없으면 그는 어김없이 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따기 위해 시간을 낸다.
그는 “PB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해요.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꾸준히 공부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어요. 설익은 지식으로 설명했다간 큰 일 나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오 10시 사무실 문을 나서는 그에게 집에 가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봤다. “잠든 아이 얼굴 보고, 시간 나면 책 읽어 야죠.” 그럼 “잠은 언제 자요.” “몰라요, 졸리면 자겠지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그에게 마지막으로 PB라는 직업에 대해 물어봤다. “매일 전쟁이에요.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수익률의 움직임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해요.” “그런데도 그 일을 계속할 건가요.” “단 한 분의 고객이라도 저를 찾는 한 저는 이 일을 계속 할거에요”라며 밝은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에서 일에 대한 열정과 신뢰가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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