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성장성이 벽에 부딪힌 한계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경영전략을 짜기에 앞서 체질개선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16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LED(발광다이오드) 사업부 임직원을 대상으로 인력 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일부 임직원을 다른 사업부로 전출하거나 권고사직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인력 조정은 전(全) 사업부에서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작업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공식입장이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다르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500명 안팎인 LED 사업부의 직원 수를 30%까지 줄여 점진적으로 이 사업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0월 주요 해외법인에서 LED 조명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을 국내로 복귀시켰다.
LED는 스마트폰 조명 등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지만 최근 저가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의 공세로 계속해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ED는 지난 2010년 삼성이 5대 신수종사업으로 내세운 사업군(群) 중 하나로 성장 잠재력이 큰 업종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1년 정부가 LED 사업을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투자 시기를 놓쳤다. 올 초 간신히 규제에서 벗어났지만 이미 4년에 이르는 투자 공백이 발생한 뒤였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대적인 투자로 기술과 가격 양 측면에서 따라올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게 삼성의 초(超) 격차 전략인데 몇몇 사업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또 다른 신수종사업인 의료기기 사업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해외 법인 정리 작업에 대한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남아 있는 해외 법인 2곳(인도·독일)을 이르면 연내 완전 청산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의료기기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지난해 삼성메디슨의 영업이익은 34억원에 그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의 합병이 다시 추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까지 합병을 추진해오다 올해 초 입장을 바꿔 "합병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순히 의료기기만으로는 세계 일류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바이오 분야 또는 정보기술(IT)과 융합하는 방식으로 사업 노선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IM(IT·모바일) 분야에도 메스를 댈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폰이 반도체·가전과 더불어 삼성전자의 3대 성장축인 점은 확실하지만 갤럭시S2에서 갤럭시S4로 이어지는 '황금기'에 인력과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지적이 회사 안팎에서 제기된다. 삼성은 지난해 500명의 IM사업부 직원을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했고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에서 인력 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임원은 상반기 성과급을 반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IM사업부의 분기별 영업익은 올해 상반기 2조7,000억원대로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3·4분기에는 2조원대 초반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체적인 휴대폰 판매량은 늘었지만 중국·인도 업체 등의 저가 공습으로 대당 판매이익이 줄어든 탓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술 중심에서 마케팅 중심으로 인적 쇄신이 일어나는 인사가 연말에 단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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