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해결돼도 소용돌이가 계속되는 것 아닙니까? 일손이 잡히지 않습니다."
롯데 계열사 평사원의 말이다.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싸움이 막장 폭로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임직원들은 이처럼 불안감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하고 있다.
유통기업의 생명인 '브랜드 이미지'에 훼손이 불가피한데다 해외 진출, 제2롯데월드 등 그룹의 명운을 건 사업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는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의 직격탄을 맞게 될 호텔·쇼핑 계열사 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롯데호텔 소속의 한 직원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이번 사태를 주도한 배경도 따지고 보면 신동빈 회장에 의해 그간 자신이 키워온 유통사업에서 배제됐다는 불만이 아니겠느냐"며 "차라리 신동빈 회장이 신영자 이사장에게 유통 부문 일부를 떼어주고 빨리 갈등을 봉합하면 안되는 것이냐는 목소리도 내부에 많다"고 말했다.
신영자 이사장은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롯데백화점·면세사업에 적극 관여해왔으나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쥔 지난 2012년께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직원은 또 "회사 실적에 중대한 타격을 입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지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시 장기 악재가 불거지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번 사태에서 신격호, 신동주·신동빈 부자의 정체성 논란이 빚어진 것도 롯데그룹에는 타격이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구조,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 전범가문 연루설 등은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 각인시켰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일본어 인터뷰, 신격호 총괄회장의 일본어 육성녹음이 여론에 시각적 충격을 준 것은 분명하다"며 "예전부터 있었던 롯데의 정체성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총괄회장의 육성녹음·지시서처럼 여론전 와중에 공개된 롯데의 폐쇄적 경영행태는 일부 소비자의 불매운동 움직임까지 불러오는 모양새다.
한편 내부 직원들은 경영권 분쟁이 갈무리된 후 롯데에 불어닥칠 후폭풍에도 큰 우려를 보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신동빈 회장의 우세를 점치는 분위기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쥘 경우 신동빈 측 인사로 채워져 있던 한국 롯데 계열사들에는 큰 폭의 인사폭풍과 함께 대대적 사업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유통 부문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이긴다고 하더라도 분위기 쇄신을 명분 삼아 몇몇 경영진을 갈음하지 않겠냐"면서 "그중에서도 신영자 이사장의 입김이 남아 있는 면세사업부의 인사 가능성이 커 직원들의 동요가 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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