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조기발행 등 수급안정 방안을 담은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500원대 중반까지 다시 올라설 경우 정부의 환시안정책이 곧바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 같은 안정책 준비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23일 모처럼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환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날 “시장안정을 위해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고 있으며 시장상황을 감안해 대책을 꺼낼 것”이라며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쓰는 것(매매를 통한 개입)과 모으는 것(외화유동성 확대)을 동시에 대책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모으는 것’에 대해 “은행들이 외화차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 만들겠다”고 밝혀 은행들의 외자조달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기획재정부의 한 당국자도 “외환보유액 2,000억달러가 깨지면 다시 모을 수 있는 복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60억달러 한도로 돼 있는 외화표시 외평채를 조기 발행하고 은행들의 신규 외화차입을 늘려 달러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한 달러 조달과 해외 투자가나 교포의 국내투자 확대 유도, 정부투자기관의 대외자산 매각을 통한 달러 유입 등도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안정책으로 원ㆍ달러 환율은 10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17원 급락한 1,489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1,510원으로 상승 출발했으나 역외세력의 매도세와 주가반등에 따른 대기업의 달러 매물이 폭주하며 1,480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2월 경상수지 흑자 전망과 아시아 공동펀드 확대 소식으로 투자심리가 진정된데다 미 씨티은행의 국유화 가능성에 따른 증시상승이 환율하락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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