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유의 '적색 마릴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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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유의 '박정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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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구의 '꿈꾸는 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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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형구의 '워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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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통틀어 사람의 얼굴, 즉 초상(肖像)은 미술사에서 대표적인 소재이자 장르 중 하나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이전까지는 자신의 얼굴을 후대에 남기기 위한 부유층의 초상화가 경쟁적으로 그려졌고, 사진기가 발명된 이후에는 외모와 아울러 인물의 내면세계까지를 표현해 낸 작품이 등장했다.
초상을 소재로 한 대규모 개인전이 서울과 천안에서 열리고 있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이 기획한 크리스티 경매의 스타 김동유의 '얼굴(The Face)'전과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전속작가 강형구의 '응시(The Gaze)'전이 그것.
◇유명인의 얼굴에 담긴 허무=이승만과 김구, J.F. 케네디와 마릴린 먼로, 박정희와 김일성. 시대와 나라는 다르지만 세계 역사를 바꾼 특별한 관계의 인물들이다. 이들을 한 화면에 그려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김동유가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우표크기의 마릴린 얼굴 1,400여개가 모이면 J.F. 케네디로 둔갑하고, 김구의 표정 수천이 이승만의 초상으로 바뀌는 이중그림을 그리는 김동유가 신작 40여점을 소개한다. 이중그림 기법은 디지털 인쇄물을 확대했을 때 보이는 망점(網點)을 표현하는 방법에서 출발한다.
그의 작품은 유명인들의 얼굴을 그려내는 세련된 팝아트에 속하지만 전시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허무함'이다. 그는 "시든 장미 속의 먼로, 케네디와 먼로,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 암살돼 사망한 박정희나 김구의 얼굴을 겹쳐 권력과 명성의 허무함, 흥망성쇠를 말하고 싶었다" 고 설명했다. 전시는 30일까지. (02)736-4371/장
◇관객과 교감하는 강렬한 눈빛=2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에 얼굴만 확대해 그려온 작가 강형구가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얼굴을 그리는 작가들은 많지만 강형구의 초상화는 섬뜩할 정도로 강렬하다. 캔버스 속 인물의 눈빛은 살아있는 사람 이상의 강력한 에너지로 관람객을 빨아들인다.
특히 녹색눈을 한 반 고흐 초상은 살인적인 광기가 번뜩이고 푸른색 톤으로 그린 워홀의 모습에는 외모 콤플렉스를 감추려 했던 냉소적인 표정이 그대로 살아있다.
전시장에는 세가지 얼굴이 있다. 작가의 얼굴과 피카소ㆍ반고흐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인 그리고 평범한 갑남을녀(甲男乙女)의 모습이다.
작가는 "관람객은 작품 속 얼굴을 감상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막상 서 보면 작품 속 얼굴이 관람객을 감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042)55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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