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세 전혁림·89세 이준 화백 오랜만에 전시… 새 화풍 작품도 선보여
| 전혁림의 '한국풍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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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준의 '축제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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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 청춘'을 자랑하는 국내 미술계 원로들이 오랜만에 전시에 나섰다. 50년대 기하학적 추상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독자적인 경향을 확보한 이준(89) 화백과 마티스를 닮은 색채와 추상적인 구도의 바다그림으로 잘 알려진 전혁림(93) 화백이 그 주인공. 이들은 70여년간 창작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개척해 낸 한국 화단의 든든한 대선배들이다.
아직도 작품활동에 몰입하고 있는 두 화백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해 보이듯 새로운 화풍의 작품을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현대추상미술의 거장 남사(藍史) 이준 회고전= 일산 고양 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의 개관전으로 열리는 이준 화백의 회고전 '자연의 빛으로 엮은 추상'에는 50년대 초기 구상작품부터 최근 신작까지 140여점이 나온다.
전시는 15년 만의 개인전으로 70년에 이르는 그의 화업을 시기별ㆍ화풍별로 정리했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인 그는 "나는 '끼'가 없는 사람"이라며 "치부(致富)나 인기보다는 평생 앞만 보며 언제나 신인 같은 마음으로 작품을 해 왔다"고 말했다.
'자연은 구와 원통 그리고 원주로 구성됐다'는 입체파의 이론적인 스승 폴 세잔의 말에 공감해온 이 화백은 평생 새로운 실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다. 1950년대부터 추상화를 시도했던 그는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정교한 색분할과 색띠가 나타나는 기하학적 추상화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활황세에 접어든 국내 미술시장에 대해 그는 "요즘 젊은이들 그림에는 장인 정신이 부족하고 혼이 담겨 있지 않다"며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술관과 같은 공익적인 전시공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전시는 12월 2일까지. (031)960-0180
◇아흔 청춘 노화백의 신작전=생존 작가 중 최고령인 전혁림 화백의 개인전 '아흔 셋 전혁림, 새 그림전'이 팔판동 신생 갤러리 아이켐에서 11일부터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05년 11월 경기도 용인 이영미술관에서 '구십, 아직은 젊다'는 대규모 초대전을 연 지 2년 만에 열려 그의 왕성한 창작의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제도권 미술교육을 받지 않은 그는 회갑을 맞은 1975년 뒤늦게 작품성을 인정받아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일흔 다섯이 되던 1989년에는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갖고 2002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화백은 요즘도 통영에 있는 작업실에서 꼿꼿한 붓놀림으로 작품에 몰입한다. 이번 전시에는 예전 작품보다 한결 화사해진 신작 15점을 선 보인다. 전시는 25일까지. (02)736-6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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