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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의 비애

요즘 샐러리맨들은 너무 힘들고 고달프다. 구조조정 등으로 회사 밖으로 내몰린 많은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고민일지 모르지만 일에 치여서 못해먹겠다고 말하는 직장인들이 허다하다.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5년차의 한 연구원은 입사 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야근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더 심하다. 매일 퇴근 시간이 자정에 가까울 정도로 일에 묻혀 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최근 몇 년간 구조조정으로 인원을 축소한데다 올 노사분쟁의 불씨로 비정규직 문제가 돌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회사가 비정규직 인원을 점차 줄이고 있는 것이다. 그의 팀은 그동안 5명이 일해왔다. 이중 비정규직이었던 2명은 최근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충원은 없었다. 그동안 그들이 해왔던 허드렛일마저 직접 하는 형편이니 매일 야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가끔 저녁에 소주라도 한잔하는 날이면 다음 날이 두려워질 정도란다. 그는 잘나가는 몇몇 계열사를 제외하고는 월급도 지난해보다 오른 것이 없다고 항변한다. 일부 금융회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환위기 사태 이후 구조조정으로 인원이 절반으로 준 한 은행 직원의 퇴근시간도 역시 자정에 가깝다. 과거 두 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는 것도 똑같다. 아무리 정보기술(IT)이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일의 강도가 높아진 것임에 틀림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청년실업률은 여전히 줄지 않고 그대로다. 오히려 늘어가는 추세다. 실업자 85만명, 청년실업률 8.8%, 아예 구직을 포기해버린 실망실업자 13만명이 우리의 현주소다. 흔히 말하는 `고용 없는 성장`의 단면들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면서 유연한 고용시장을 맞고 있는 한국 샐러리맨들이 또 다른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용의 불균형이 개개인의 삶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체질을 약화시키는 한 원인이기도 하다.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well being) 바람이 불고 있는 지금, 자기 일에 대한 보람보다 두려움과 걱정으로 지쳐버린 우리 경제의 역군들은 이제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이다. <강창현 <산업부 차장> chka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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