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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궁색한 항변
입력2002-09-06 00:00:00
수정
2002.09.06 00:00:00
"씨를 말릴 작정입니까." 금융감독원이 최근 증권시장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잇따라 강경조치를 내놓으면서 증권시장 참여자들의 반발강도도 갈수록 거세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증시체력이 약한데 너무 심하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또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며 각종 경로를 통해 금감원ㆍ재정경제부 등에 조치수위를 낮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사실 금감원은 올 들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증시조치를 취했다. 신한증권 강남역지점 등 8개 증권사 지점폐쇄 및 영업정지(4월19일), 전 증권사 투자자문사 실태조사(5월), UBS워버그ㆍ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기관경고(8월12일), 23개 증권사 애널리스트 불법행위와 펀드매너저 위법 연계조사 착수 (9월 중순까지) 등.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 같이 재무제표에 최고경영자(CEO)의 서명까지 받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이달 중순까지 23개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한 불법행위 조사가 끝나면 애널리스트와 증권회사, 경영진들에 대한 무더기 제재조치도 취할 계획이다. 금감원의 이 같은 강력한 조치에 대해 증권업계가 반발하는 것도 일견 수긍이 간다.미국증시가 급락하면서 서울증시도 뒤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감원의 조치로 시장분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각종 사건들을 보면 증권사들의 반발은 설득력이 약하다. 연일 증권사 투자상담사와 영업직원ㆍ전주 등이 연계된 각종 주가조작사건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특히 유명 애널리스트까지 주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믿기 힘들다는 막연한 생각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증권사들이 해야 할 급선무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살 수 없다"는 논리보다 "물이 너무 탁하면 고기가 죽는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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