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한국 현실… 76세이후 빈털터리 신세
[금융중산층을 키우자] 공백을 메워라 ③ 이제는 2080 투자시대이대론 상당수가 노후 빈곤층… 연금 보완상품 개발 서둘러야고령자 공적연금 수령 30%뿐연금외 다양한 보장체계 절실투자 네트워크도 전계층 확대사회 첫발부터 은퇴 준비해야
서은영기자 supia927@sed.co.kr
직장인 A씨(43)는 만약 자신이 100세까지 살 경우 은퇴 후 비용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한 증권사 지점을 찾아가 상담을 해보았다. 그런데 그가 받아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A씨가 58세에 은퇴하고 100세까지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나머지 42년간 매월 생활비 350만원씩 19억8,000만여원이 필요하지만 그가 국민연금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준비자금은 10억1,000만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로 간다면 그는 76세 이후 빈털터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노후자금 마련이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퇴직 후 소득 없이 살아가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상당수 은퇴자들이 현재 중산층에서 노후 빈곤층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중산층의 위기가 노후 세대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금을 보완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투자 네트워크를 일반층으로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정부 부처와 각종 연구소들이 쏟아내는 은퇴 관련 지표를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다. 은퇴 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생활을 하려면 은퇴 전 생활비의 60~70%를 확보해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소득은 은퇴 전의 42.1%에 그치고 있다. 이는 사적연금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소득대체율(57.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나마 나은 편이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공적연금 수급자는 10명 중 3명꼴에 불과하다. 결국 고령자 10명 중 7명은 공적연금 혜택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은퇴 준비 과정에서 양극화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와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일반가구의 경우 응답자의 69.6%만이 경제적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자산 10억원 이상의 고액자산가는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든든한 은퇴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양극화가 노후 양극화로 전이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우선 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상품과 저위험 상품 외에도 다양한 구조의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출시되면 투자 스펙트럼이 촘촘해지면서 중산층이 공적연금 이외의 보장체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개인별로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 수준과 목표 수익률에 따라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투자의 스펙트럼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며 "중위험 중수익 상품이 출시되면 위험 수준을 조절하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야별 전문가들을 활용한 투자 네트워크의 확대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은 "은퇴설계의 첫 단추는 장기 트렌드를 읽고 그에 따라 체계적인 플랜을 세우는 것인데 일반투자자들은 혼자 힘으로 일관성 있는 은퇴설계를 할 수 없다"며 "중산층들이 투자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투자 멘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개인들도 투자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금리ㆍ고성장 시대가 끝나고 저금리 시대로 접어든 만큼 이제 투자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사회의 트렌드는 ▦고령화(노동인구 감소) ▦저성장 ▦저금리 ▦고물가 ▦부채증가로 요약된다"며 "자신의 노후는 사회안전망으로 보호될 것이라는 착각을 버리고 개인 스스로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통해 자체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자신이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은퇴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사회 초년생에 해당하는 20대에서 30대 초반에는 은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 30대 이후에는 결혼과 주택구입, 자녀양육 등으로 재테크 할 돈이 부족해 은퇴설계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하지만 노후준비를 후순위에 두는 고정관념부터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 소장은 "누구나 은퇴 이후 30~40년 이상을 소득 없이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은퇴설계보다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젊을 때부터 투자계좌와 은퇴계좌를 분리해 은퇴자산을 미리 배분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소장은 "100세 시대에는 저금리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오히려 장수위험에 노출되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일정 정도의 리스크를 짊어지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 공부가 필수인데 정부와 업계 차원에서 체계화된 투자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또 "퇴직연금 시대가 열리면서 금융투자 업계에서 재무적ㆍ비재무적 은퇴설계를 돕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업이나 투자자들 대부분이 소극적"이라며 "성희롱 예방 교육처럼 고등교육 과정이나 기업 차원에서의 은퇴설계 교육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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