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권말 레임덕 현상이 나타나면서 위기를 관리하고 경제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컨트롤타워가 사라졌고 청와대ㆍ새누리당ㆍ정부가 위기해법을 놓고 딴소리를 하는 '따로 국밥'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유럽발(發) 재정위기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둔화와 한국경제를 진단하는 시각에서부터 경기부양 방식, 가계부채 해법, 통화량 관리, 무상보육대책, 취득세 감면 등 굵직한 경제현안이 나타날 때마다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무성의하게 설익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한일군사협정 사례처럼 청와대와 외교통상부가 볼썽사나운 책임공방까지 벌이면서 국민들은 피로감을 넘어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4일 간부회의에서 "유럽 재정위기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경제적 충격을 미칠 것"이라며 "위기대비 태세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한국경제의 조타수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흘 뒤인 7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김 위원장과 상반되는 진단을 내놓아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물론 외국인 투자가들도 어리둥절하게 했다. 박 장관은 "한국경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위기대응 능력이 크게 강화돼 대외 충격을 무리 없이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부처가 서로 다른 경기진단과 분석을 내놓으면 처방도 상이해지고 이 과정에서 마찰과 갈등이 불가피해진다. 실제 가계부채 해법을 놓고 널뛰기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독려하고 재정투입도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이는 반면 김 금융위원장은 "프리워크아웃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재정투입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한 건물에 같이 살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처럼 딴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시중은행과 금융권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중 통화량을 놓고 신제윤 재정부 차관과 김 금융위원장은 한국은행이 좀 더 적극적으로 통화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한은은 통화량으로 가계부채를 해결하는 것이 제한적이라며 맞받아치고 있다. 영유아 무상보육대책은 경제정책 난맥상의 결정판이다. 새누리당이 내년부터 0~5세 무상보육을 줄기차게 부르짖고 있는 데 대해 김동연 재정부 제2차관은 0~2세의 경우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당정이 정책불신을 부추기고 있다. 나침반이 고장 난 배가 표류하는 것처럼 정권말 경제정책들이 컨트롤타워를 상실한 채 겉돌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말 레임덕 현상과 선거 시즌이 맞물리면서 당정청 간 의견조율이 되지 않으면서 경제정책들이 갈팡질팡하고 있다"면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경제정책의 일관성과 통일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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