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해결사'로 불리는 박병덕(42) 네오팜 사장은 '피부 타입에 따른 해결책(Skin Type Solution)'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영어원서와 몇 장의 종이를 챙겨서 회의실로 들어왔다. "레슬리 바우만 마이애미대학의 교수가 인간의 피부를 16가지로 구분해서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한 책이에요. 여기에 보면 우리 네오팜이란 단어가 10번 나옵니다" 그의 말을 빨랐고, 서론 없이 본론부터 말했다. 연구원 출신 CEO다운 '거품 없는' 어법이었다. 그는 "아토피 뿐 아니라 당뇨, 건선, 주부습진 같이 약을 쓰기도, 안 쓰기도 애매한 건조한 피부 있잖아요. 이런 피부를 위한 화장품과 의약품 사이의 블루오션을 개척할 것입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요즘 굉장히 바쁘시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6월말 결산이었는데, 12월말 결산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 때문에 더 바빠졌죠. 내년 사업계획도 세워야 하고. 지난달엔 고운세상 피부과와 기능성 화장품 'MLE 고운세상'도 출시했으니까요. 화장품에 대한 시장 반응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MLE'가 무슨 뜻이죠. 우리가 개발한 'Multi Lamela Emulsion'라는 기술의 약칭이에요. 피부장벽회복기술을 말하죠. 원래는 기술이지만 그대로 브랜드 이름으로 썼어요. 이 화장품엔 MLE와 함께 안티에이징 신소재 'K6PC-5'가 함유돼 있어요. -고운세상 측에서 요청해서 만든 상품인가요. ▦처음엔 우리 회사가 아토피 부문이 강하니까 이쪽 OEM을 생각하고 왔더라고요. 하지만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코스메슈티컬 형식으로 우리가 상품을 역 제안하게 됐고, 결국 우리의 차별화한 기술과 고운세상의 브랜드 네트워크를 활용한 화장품을 내놓게 됐어요. ■ 내달 어린이 화장품 '베베레스포' 출시 -올해 신상품 출시계획이 더 있나요. ▦다음달 1일에 어린이 화장품 '베베레스포'가 할인점 제품으로 나와요. 아토피 피부질환 보습제 '아토팜'이 아이들 아토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건 일반관리를 위한 화장품이죠. 'MLE 고운세상'이 20대 후반에서 30대 여성을 위한 상품이라면 이건 어린이용이라는 것이 다르고요. -화장품 분야로 활발하게 진출하시는군요. ▦색조화장품 쪽도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어요. 빅토리아시크릿 등에 화장품을 공급하는 미국의 색조화장품 제조회사 CI가 'MLE'를 섞어서 컨실러 등 화장품을 만들어 샘플 테스트를 마쳤어요. 아직 어느 화장품으로 공급될진 안정해졌지만. 'MLE'가 원료로 들어가고, 이름으로도 쓸 수 있으니 비싸게 팔 수 있죠. -화장품 부문도 진출했는데 올해 매출은 어느 정도 예상하나요. ▦작년에 100억원을 했고, 올해는 115억원 정도로 15% 상승할 것 같아요. 아토피 시장이 필요한 사람이 찾아오는 시장이다 보니 마케팅이 필요 없었지만, 아무래도 'MLE 고운세상'이나 '베베레스포' 같은 화장품은 마케팅이 중요할 테니까 이익률이 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요. ■ 올 매출 15% 늘어 115억 예상 -화장품 외에 현재 연구를 진행하시는 분야는. ▦당뇨와 심부전증을 연구하고 있어요. 당뇨는 피부가 감염이 잘되고, 상처가 잘 안 낫죠. 그래서 잘 아물게 하는 보습제를 안산병원과 함께 기획 중이에요. 심부전증 같은 경우도 피부가 건조해서 보습제가 쓰일 수 있고요. 또 건선 환자들 중에도 "아토팜을 써도 낫지 않는다"고 호소해오는 분들이 있어서 이쪽도 연구할 욕심이 있어요. 건선은 2번이나 실패를 해서 새 소재가 나오면 다시 연구할 계획이에요. -모든 건조한 피부의 해결사가 되시는 거네요. ▦회사 슬로건이 '피부과학의 선도자'에요. 스테로이드 같은 의약품의 부작용을 줄이는 대체의약품을 만들어서 염증을 고치는 동시에 부작용도 없애는 것이 목표죠. ■ 부작용 없는 대체의약품 개발이 목표 -원래 피부 쪽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그랬던 것 같아요. 꿈을 꾸는 대로 된다는 말이 맞아요. 화장품에 대해 막연히 생각하고 있긴 했거든요. 직장 다닐 때는 피부관리실을 찾아가 2달간 피부관리법을 배우기도 했고, 98년에 3개월 미국문화연수 받을 때도 이 분야 교육을 받았어요. 물론 그땐 몰랐죠. 제가 화장품을 만들 것이라는 것은. -특히 아토피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학교 졸업 후 애경산업중앙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는데, 당시 7살이던 큰 애가 아토피가 있었어요. 제가 만들 세라마이드 원료로 테스크 해보니 완치되더라고요. 품질이 확실하다 싶어서 회사에 제안했는데, 처음엔 입증자료가 부족했죠. 하지만 2000년 결국 다시 제안서를 제출해서 사외벤처로 분사하는데 성공했죠. -사외벤처는 성공하기 힘든 것이 통설인데요. ▦우린 코스닥까지 상장했으니 성공한 셈이죠. 그런 점에서 지분에 참여해주고, 기술을 이전해주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애경에 정말 감사하죠. -연구원에서 사업가로 변신하셨는데 뭐가 가장 힘들던가요. ▦연구팀장으로 일할 때는 5~10명만 컨트롤 하면 됐어요. 이제 생산, 관리, 마케팅을 다 관리하다 보니 매번 환골탈태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하더군요. 인간적으로 상처를 입을 때도 있고, 제 능력을 자문하기도 하고요. 이제 7년쯤 되니 방향은 좀 알 것 같아요. '꿈 넘어 꿈'이라는 말 있잖아요. 꿈꾸는 만큼 채워가려고 노력하는 거죠. -주말엔 뭘 하시나요. ▦거의 회사에 나와요. 주로 논문을 쓰죠. 아내와 아들 셋이 모두 미국에 있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청주에 살면서 대전 본사에 출근해요. 아내는 제 인생의 친구이자 동반자에요. 7년간 연애해서 결혼했는데 이해심이 깊은 편이죠. -지금과 다른 일을 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재충전 기회가 있다면 뇌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어요. -또 연구라니. 지겹지 않으세요. ▦저한텐 연구가 잘 맞아요.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다른 곳에서 인정하고 사용하는 것이 전 제일 재미있어요.
네오팜은 지난 2000년 7월 애경중앙연구소의 연구인력이 사외벤처로 분사, 국내 아토피 제품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은 회사다. 네오팜이 만든 아토피 피부질환 보습제 '아토팜'의 시장 점유율은 35~40% 수준으로 보령메디앙스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아토팜은 아토피로 고생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입 소문을 타면서 순식간에 판매량이 증가했다. 네오팜은 창업 첫해 매출액이 7억5,000만원에 불과했지만, 5년 만인 2006회계연도(2005년 7월~2006년 6월)에 100억4,000만원으로 13배 성장을 이뤄냈고,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270% 급증한 25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부터 중국, 러시아 등을 시작으로 현재 미국, 영국 등 6개국에 '아토팜'을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 6억3,000만원 매출을 달성했다. 네오팜은 이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이토피성 피부관리를 기존 보습제 영역에서 영양관리, 환경관리로 확대하여 면역강화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의류 등을 출시하고 토탈 아토피 케어 전문 브랜드로 확장할 계획이다. 또한 R&D 역량을 더욱 강화, 의약품 및 화장품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