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92년 설립된 캐나다의 환경정화설비 전문 ETI사는 94년까지 캐나다의 2개 사업장에서만 수주가 이뤄졌던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된 95년 이후 미국 시장을 공략, 미 국방부ㆍ에너지부, GE, 듀폰, HP 등 굵직한 거래선에 납품하며 미국에서만 96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일본ㆍ유럽ㆍ호주시장에 진출하며 날로 사세를 키워가고 있다. #2. 칠레의 유명한 청바지 제조업체 A사는 미국과의 FTA 발효를 염두에 두고 미국 수입업체를 접촉, 유명 청바지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수출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미ㆍ칠레 FTA 발효 첫해인 2004년 370만달러의 수출(직전 년도 1,140달러)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5년 미국기업이 거래선을 변경하면서 수출액이 10분의1 이하인 24만달러로 급락했다. 지난해 대미수출 실적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통상 관련 전문가들은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더라도 FTA 자체가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지는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FTA 발효 이후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브랜드 파워 확대, 현지 업체와의 협력 수준 강화 등의 후속 조치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실익을 볼 기업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성주 KOTRA 통상전략팀 과장은 “미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호주ㆍ칠레ㆍ멕시코ㆍ캐나다ㆍ싱가포르 등의 기업 사례를 보면 제품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가격인하는 일시적인 매출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FTA를 계기로 미국 내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려면 제품 경쟁력 향상은 물론 미국 기업과의 제휴, 현지 소비자대상 마케팅 강화 등 포괄적인 현지화 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성공사례로 거론한 캐나다 ETI사는 “미국에서도 캐나다와 동일한 인적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고 관세철폐로 생산원가가 절감된 데 따른 것”을 비약적인 성공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관절차가 간소해져 물류 효율성이 높아진 데다 미국 환경정화설비 전문기업인 어드벤터스사와의 협력관계를 구축,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거래선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점도 주효했다고 지적했다.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것만 아니라 한 울타리로 묶인 비즈니스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거대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된다는 점에 주목해 미국 시장에 맞는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기적으론 관세 인하폭만큼 가격경쟁력이 올라가는 부문이 있겠지만 이에 만족해 중저가 상품시장에 안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분야로 생산ㆍ투자ㆍ경쟁 영역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 FTA 발효 이후 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지면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이나 내수기업들은 미국과의 자본제휴 등을 통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고 생산규모에 경쟁력이 없으면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업체와의 자본제휴,ㆍ기술협력을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으라는 조언이다. 이번 협상에서 합의된 원산지 규정에 대해서는 개별기업 단위로 면밀하게 검토해 부품 소싱 지역과 업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정계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품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미 수출품의 원산지 규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제조 프로세스를 꼼꼼히 따져보고 이에 따라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재조정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관세 인하효과 못지않게 지적재산권 및 투자자 보호 강화, 글로벌 스탠더드 채택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의 대외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도 필수적이다. 임성주 KOTRA 과장은 “장기적으로 미국과 한국이 한나라처럼 시장여건이 같아질 것”이라며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국내 기업들이 변화된 환경에 한발 더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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