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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영국 런던의 '빅벤' 등 세계에는 저마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나 명소들이 하나씩 있다. 최근 에티오피아 사람들에게도 이 같은 자랑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올 1월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높이 99.9m, 연면적 5만2,000㎡ 크기의 아프리카연합(AU) 본부 건물이 새로 들어선 것.
하지만 놀랍게도 이 건물을 지어준 것은 다름 아닌 중국 정부다. 실제로 중국은 2억달러(약 2,250억원)에 달하는 건축비용 일체를 전액 무상으로 제공했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AU 본부 건물이 중국인들의 손과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자칭린 중국 정치협상회의 주석은 이곳에서 열린 제18차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프리카는 중국의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자 중국의 핵심이익과 관심사를 지지해준 친구"라고 치켜세우며 향후 3년간 6억위안(약 1,070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경쟁국들의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과거 아프리카를 식민 지배했던 유럽에 이어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가들도 앞다퉈 아프리카 공략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정부는 아프리카 현지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가며 자국 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경쟁국들은 무엇보다 풍부한 아프리카 자원 확보에 가장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아프리카 지역에서 안정화 궤도에 진입한 자원개발 사업들은 이미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이 모두 소유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중국은 지난 2009년까지 공적개발원조(ODA)의 45.7%를 아프리카에 '올인'하며 현지 인프라를 건설해주고 자원개발권을 얻는 방식으로 아프리카 자원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박중석 포스코아프리카 사무소장은 "아프리카 전역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중국ㆍ영국ㆍ호주ㆍ캐나다 등 해외 메이저 업체들이 싹쓸이하고 있다"며 "최근 자원개발 붐이 다시 일면서 일부 지역에서 개발단계에서 주춤했던 프로젝트들이 매물로 많이 나오는 추세"라고 말했다.
중국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프리카에 '제2의 홍콩'을 건설한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경제 수도 라고스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레키 반도에는 최근 중국과 나이지리아 정부가 손잡고 만든 레키 자유무역지대가 한창 조성 중이다.
중국과 나이지리아가 60대40의 비율로 투자한 레키 자유무역지대는 홍콩의 1.5배 크기인 1만6,000ha 규모의 부지에 항만과 공항은 물론 호텔과 쇼핑몰, 대규모 전시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마치 한국의 송도 자유무역지구와도 비슷한 모습이다. 중국은 이곳에서 자국 제품을 생산해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은 3조달러가 넘는 풍부한 자금을 활용한 무상원조와 저가입찰을 무기로 아프리카 정부가 발주하는 각종 프로젝트 입찰을 싹쓸이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중국의 아프리카와의 교역 규모는 1,230억달러로 우리나라의 10배가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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