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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

지난달 24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 시상식에서 “말도 안되는 이유를 만들어 사람들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대통령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한다. 미스터 부시, 당신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라며 수상소감을 거침없이 밝힌 마이클 무어 감독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 25일 개봉한다. `볼링 포 콜럼바인`은 다큐멘터리지만 어느 극영화 못지 않은 극적 구성과 드라마틱한 전개로 통쾌한 유머와 감동을 준다. 특히 반전의 물결이 거세지는 요즘 만나게 될 이 영화는 미국과 전세계 폭력주의에 날리는 강력한 펀치로 시원스러움마저 있다. 출연진도 만만치 않다. 자유와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군비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부시 대통령부터 총기사건이 생긴 지역만 골라 `총기애호가 대회`를 여는 두꺼운 얼굴의 소유자 배우 찰톤 헤스톤(NRA(전국총기협회) 회장), 매그넘 44를 장전하고 자지 않으면 불안해서 살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인간 제임스 니콜스(오클라호마 폭파사건 주범이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플린트시에서 일어난 최연소 총기사건 주인공인 꼬마소년의 엄마 타말라 오웬스, 전세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는 사타니즘 선봉의 록가수 마릴린 맨슨, 옛날 록의 황제였지만 흑인노동착취에 대해 묻는 질문에 시간 없다고 내빼는 악덕 기업주로 변한 딕 클락 등이다. 그들은 이 영화 속에서 웬만한 느와르에서 등장하는 범죄자보다 더 악한 인물로 나오기도 하고, 배꼽잡는 코미디의 제왕처럼 나오기도 하고, 피박 쓴 억울한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물론 뭐니뭐니해도 주인공은 마이클 무어 감독 자신이다. 싸움을 거는 듯 아무한테나 질문을 마구 던지고, 어떤 대답이 나오든 꿈쩍도 안 한 채 자기 길을 가는 모습은 서부영화 총잡이들만큼이나 근사하다. 겉으론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최고의 민주주의 국가인 척 하지만 광기와 폭력의 역사로 얼룩진 미국을 샅샅히 해부하고 있다. 영화는 `총의 천국`미시간 주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총을 쏘고 싶어 안달했었다는 감독의 고백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지역의 명성에 걸맞게 계좌를 트면 경품으로 총을 주는 노스 컨트리 은행을 찾아간 후, 어이없는 웃음으로 총을 들고 나오는 감독의 모습과 함께 록음악이 흐른다. 곧이어 감시 카메라에 잡힌 리틀톤의 콜롬바인 고교총기사건이 생생하게 보여지고,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일어난 지 채 10일도 되지 않아 대규모 총기애호가 대회를 개최한 찰톤 헤스톤의 모습이 나온다. 그 속에서 감독은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찰톤 헤스톤도 미시간주 태생이고, 오클라호마 폭파사건의 주범인 제임스 니콜스는 미시간주 태생인 자신과 고교졸업 동기생인데다가, 콜롬바인 사건을 일으킨 에릭도 어린시절 이곳에서 보냈다는 것이다. 연간 총기 피살자 수를 따져보면, 독일 381명, 프랑스 255명, 영국 68명, 호주 65명, 일본 39명, 미국 1만1,127명. 끈임없이 “미국인은 대체 뭐가 다를까? 살인자의 피가 흐르나?”는 의문을 갖는 마이클 무어감독의 발길과 입심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인이 얼마나 정부와 언론, 기업이 조장하는 공포의 세계에 길들여져 있는지 알게 된다. 그 공포가 정복의 역사를 시작으로 끊임없이 적을 만들고 죽이면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는 사실이다.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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