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외국인 동향 분석 <BR>IT·자동차·금융주 ‘팔고’ 유통·건설주 ‘사고’<BR>전문가 “셀코리아 아니다…주가 흐름 양호”
외국인 투자자들은 10월 들어 한국증시에서 단 하루의 예외도 없이 연일 순매도 공세를 퍼부었다. 지난 4일부터 26일 현재까지 거래일수 기준으로 17일 연속 순매도다. 이 기간 누적 순매도 규모는 2조5,123억원. 지난 8월 1조475억원, 9월 7,920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한데 이어 월간 단위로도 3개월째 순매도 행진을 벌이고 있다.
그나마 기관과 개인들이 각각 9,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하며 코스피지수 1,100포인트대를 지켜냈다.
이 같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대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꾸준히 사들이며 시가총액 비중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지수 1,100포인트대에서 이 정도의 차익실현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ITㆍ자동차ㆍ금융주 ‘팔자’= 외국인들은 지난 7월 대거 사들였던 자동차ㆍITㆍ금융업종 등을 고스란히 다시 내다 파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두드러진 매도 종목은 역시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은 10월 한달간 삼성전자 주식 3,486억원어치를 팔았다. 뒤를 이어 현대차를 2,555억원 규모 순매도했으며 POSCO에 대해서도 차익실현에 나서 1,980억원 규모의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하이닉스에 대해 981억원 순매도했고 삼성전자 우선주(406억원), LG필립스LCD(274억원), 삼성전기(244억원) 등 주요 전기ㆍ전자업체 주식을 내다팔았다.
업종 중에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던 것은 5,317억원을 기록한 운수장비업종으로, 자동차주와
조선주를 집중 매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인은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655억원), 현대차 우선주(200억원) 등을 순매도했고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STX조선, 현대미포조선 등 대부분의
조선주에 대해서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밖에 SK, LG화학, 한화, S-Oil, 태평양, 한화석화, SK케미칼, 효성 등 화학업종도 4,292억원어치를 차익실현했다. 신한지주, 우리금융, 국민은행, 대구은행, 대우증권, 대신증권, 동부화재, 코리안리 등 금융업종에 대해서도 3,571억원 규모의 순매도로 대응했다.
◇유통ㆍ건설주엔 ‘러브콜’= 유가증권시장 전체로는 무려 2조원이 넘는 순매도를 기록해 빛이 다소 바래긴 했지만 이 와중에서도 음식료(185억원), 건설(69억원), 섬유의복(40억원), 종이목재업종(13억원)으로는 매수세가 이어졌다.
외국인들은 농심(206억원), 오리온(100억원), 빙그레(67억원), 대상(48억원), CJ(47억원), 롯데칠성(42억원) 등 대부분의 음식료업종에 대해서는 꾸준히 사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대산업, 대우건설, 금호산업, 중앙건설, 동부건설, 삼부토건 등 건설주에 대해서도 순매수에 나섰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일부 유통주도 사들였다.
섬유의복업종의 경우 지난 24일 법정관리 기업인 나산의 최대주주가 보유지분 중 일부인 76만주(16.78%)를 외국인에게 넘긴데 따라 순매수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ITㆍ금융업종에 대한 매도공세 속에서도 LG전자(1,421억원), 삼성SDI(287억원), 기업은행(1,130억원), 동양종합금융증권(155억원) 등을 순매수한 점도 눈에 띈다. 시장에서 적정주가 이하로 저평가됐거나 개별적으로 재료가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사들였다는 얘기다.
◇‘셀 코리아’는 아니다= 한국 증시 낙관론자이건, 비관론자이건 간에 최근 외국인 매도세를 ‘셀 코리아(Sell Korea)’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들은 아직 없다.
김영익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연말을 앞두고 이익실현을 하는 것이지 한국 경제여건이 어려워진다고 판단해서 파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 매도세로 주가가 많이 빠진다면 또다시 저가 매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내수경기가 회복 중이고 기업실적도 안정적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의 전망도 여전히 밝다”고 강조했다.
유동원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상무도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파는 것은 올들어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면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져 주식을 파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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